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는 ‘괴물 투수’ 한화 류현진은 요즘 수험생과 같은 처지다. 등판하는 매 경기가 모두 ‘수능’이나 마찬가지다. 31일 KIA와의 경기가 열린 광주구장. 이날 선발 등판한 그를 보기 위해 시험 감독관에 비유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거 구장을 찾았다. 때마침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어 평소보다 많은 스카우트들이 그를 보러 왔다. 미네소타, 텍사스, 시카고 컵스, 보스턴, 볼티모어, 오클랜드, 애틀랜타, 필라델피아 등에서 파견된 스카우트들은 손에 스피드 건을 들고 그의 구위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 많은 스카우트 앞에서 류현진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학점을 매긴다면 A플러스를 받을 만했다.
평소 수비진의 실책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은 수비수들이 실수할 여지를 주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8이닝 동안 27타자를 맞아 안타와 볼넷(고의사구 포함)을 각각 3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날 KIA 타자 가운데 3루 베이스를 밟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거의 유일한 실점 위기였던 4회 2사 1, 2루에서는 차일목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며 간단하게 위기를 벗어났다. 8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시즌 6승(8패)째.
106개의 공 가운데 72개를 직구로 던졌을 정도로 직구를 앞세워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고비마다 체인지업(12개)을 던져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했고, 간간이 커브(7개)와 슬라이더(6개)도 섞었다.
류현진만 등판하면 유독 침묵하던 타선도 모처럼 힘을 냈다. 3회 장성호가 선제 적시타를 때렸고, 6회와 8회에도 각각 1점을 더했다. 3-0으로 승리한 한화는 한대화 감독의 사퇴 후 2연승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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