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조중연 회장 “책임지겠다”

조중연 회장. 스포츠동아DB

축구협 굴욕 공문, 국회서도 성토

의원들 “이게 사과로 끝날 사건이냐”
거듭된 촉구에 조회장 마지못해 대답
해명 아닌 사죄 표현에 국민들 분노

국회도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의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 회장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이메일 공문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조 회장의 거취 문제가 불거졌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묻자 조 회장은 “이 사건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모두에 드렸다”며 엉뚱한 답변을 했다. 남 의원은 재차 “이게 사과로 끝날 문제인가”고 물었고, 조 회장은 “일단 박종우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는데 주력 하겠다”고 비껴갔다. 남 의원이 집요하게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회장께서 거취문제를 포함해서 각오를 하고 계신 것이냐”고 재촉하자 그제야 조 회장은 “책임질 상황이면 책임도 질 수 있겠다”고 마지못해 답했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해명 아닌 사죄 표현 공분 사

이번 사건이 왜 조 회장의 중도 퇴진까지 거론될 정도로 문제된 것일까.

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이메일 공문을 보낸 것이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특히 굴욕적인 공문 내용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박종우는 일본과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달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 상업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해 메달 수여를 보류했고, 박종우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 협회가 엉뚱하게 13일 일본축구협회에 이메일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박종우의 세리머니를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IOC와 FIFA에 우발적인 행동이었음을 강조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먼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꼴이다. 조 회장은 “일본 협회가 IOC에 항의할까봐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그런 부분이 염려됐다면 공문이 아니라 물밑에서 비공식 채널을 통했어야 했다.

굴욕적인 내용도 상당수 눈에 띈다.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너그럽게 이해하고 아량을 베풀어주면 고맙겠다‘ 등의 표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사실상 사과문이다. 민주통합당 김한길 의원은 “그 편지를 국민들은 해명이 아닌 사과나 사죄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고, 조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협회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처리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상의도 안 했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의원은 “신중하지 못한 협회의 단독 드리블이었다”며 비판했다.

이날 5시간 이상 이어진 상임위에서는 협회와 대한체육회의 저자세 외교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박종우가 동메달 수여식에 참가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IOC의 권고는 어떤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며, 체육회와 협회는 무슨 생각으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덜컥 수용한 것이냐”며 따졌다.

한편, 협회 김주성 사무총장은 스위스 FIFA 본부를 방문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징계위원회 담당 법무국장을 만나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뒤 17일 귀국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