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한방’에 잠재운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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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3일 07시 00분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박주영. 스포츠동아DB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박주영. 스포츠동아DB
한일전 골로 병역편법·부진 비판 날려
2010 월드컵선 자책골 후 16강 확정골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장이다.”

박주영(27·아스널)은 일본과 3∼4위전에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다.

박주영이 언론과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가 인터뷰를 싫어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언론은 그저 귀찮은 존재’로만 생각한다. 인식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기자들도 박주영의 실력만큼은 인정한다. 박주영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결정적 한방, 빼어난 실력으로 이를 극복해 왔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장이라는 말도 이런 맥락이다.

● 본프레레 입 다물다

박주영은 2005년 FC서울에 입단해 K리그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가 가는 곳마다 매진됐고 공중파TV 중계를 탔다. 그는 연일 골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러나 당시 A대표팀을 이끌던 조 본프레레 감독은 “평범한 선수다”며 대놓고 박주영을 무시했다. 한국이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서 사우디에 완패하자 박주영을 뽑으라는 거센 여론이 일었다. 본프레레는 우즈베키스탄과 4차전 때 박주영을 선발로 투입했다. 종료직전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 5일 뒤 쿠웨이트 원정 때도 왼발 선제골로 4-0 승리를 이끌었다. 박주영을 평가절하한 본프레레는 입을 다물었다.

● 프랑스 진출로 도약

박주영은 신인 때 K리그 18골로 득점 2위와 신인왕을 차지한 뒤 하락세였다. 2007년에는 잦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못 나섰다. ‘사라진 천재’라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2008년 여름 AS모나코로 진출하며 제2의 도약을 알렸다. 프랑스 리그 데뷔전에서 1골1도움을 올리며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편견을 단숨에 잠재웠다.

● 월드컵 16강 주역

남아공월드컵 때 박주영은 당시 대표팀 ‘주장’ 박지성(31·퀸즈파크레인저스)과 함께 ‘양박’으로 불리며 한국공격의 중심이었다. 조별리그 1,2차전은 기대 이하였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 때 자책골까지 넣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빛을 발했다.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절묘한 프리킥골로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 동메달 목에 걸다

런던올림픽 직전 박주영에 대한 비판여론은 최고조였다. 모나코에서 얻은 장기체류자격을 이용해 편법으로 병역을 사실상 면제 받았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을 설득해 함께 기자회견을 해 겨우 수그러들었다.

조별리그 때는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았다. 스위스와 2차전 선제골을 넣었지만 반짝하고 말았다. 브라질과 4강전 때는 선발에서도 제외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의 득점포는 한일전에서 폭발했다. 박주영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와일드카드 박주영이 후배들에게 메달을 선물한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천금같은 한 방이었다.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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