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코번트리 리포트] 홍명보 1:1 족집게 과외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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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7시 00분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김보경. 스포츠동아DB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김보경. 스포츠동아DB
■ 홍명보의 ‘김보경 믿음’

홍 감독 “결정적 한 방 가진 선수” 칭찬
왼쪽 날개 고정…이례적인 개인교습도
김보경, 스위스전 결승골로 기대 보답
“동점 후 빠른 득점…팀에 도움돼 기뻐”

“모든 사람들은 선수가 가장 좋았을 때만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감독이다. 계속 믿음을 주면 언젠가는 올라올 거란 확신이 있다.”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무한 신뢰에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이 드디어 춤을 췄다.

김보경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코번트리에서 열린 스위스와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B조 2차전에서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후반 12분 박주영(아스널)이 헤딩 선제골을 넣은 뒤 3분 만에 스위스 에메가라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다. 1-1로 맞선 후반 19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상대 진영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 맞고 흘러나오자 김보경이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2-1 승.

한국은 8강 진출에 성큼 다가섰다. 1승1무(승점 4)로 이날 가봉을 2-0으로 꺾은 멕시코(1승1무·승점 4)에 골 득실에서 밀린 조 2위다. 한국은 런던으로 이동해 다음 달 2일 오전 1시(한국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가봉과 최종 3차전을 대비한다.

● 사령탑 신뢰에 한 방으로 보답

김보경은 골을 넣은 뒤 한국 팀 벤치로 전력 질주해 홍명보 감독 품에 덥석 안겼다. 자신을 믿어준 스승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김보경은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주목을 받았다. A대표팀의 일원으로 6월 레바논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7월 중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카디프 시티 입단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꿈에 그리던 유럽행에 성공하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올림픽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결전지인 영국에 입성한 뒤 좀처럼 컨디션이 살아나지 않았다. 훈련 때도 몸놀림이 가볍지 않았다. 김보경은 슛 감각이 무뎌지자 홍 감독에게 고민을 토로해 26일 멕시코와 1차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일대일 과외를 받기도 했다. 홍 감독은 “오만과 최종예선(2011년 9월21일) 때 감각을 기억하라”며 독려해 줬다.

김보경은 멕시코와 1차전에 왼쪽 날개로 풀타임을 뛰었지만 반대편 측면의 남태희(레퀴야)에 비해 밋밋했다. 후반 13분 기성용-박주영으로 이어진 패스를 받아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맞고도 슛을 날리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쉬웠다.

홍 감독은 김보경을 믿고 스위스전에서도 변함없이 왼쪽 날개로 내보냈다. 김보경은 그림 같은 슛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득점 이후 돌파와 슛, 크로스가 한결 날카로워진 게 고무적이다. 김보경은 후반 30분 과감한 왼발 슛으로 골대를 때렸고, 5분 뒤에는 구자철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다. 김보경이 살아나면서 가봉과 3차전에 이어 8강 토너먼트를 염두에 둔 홍명보호도 큰 힘을 얻게 됐다.

홍 감독은 “모든 사람들은 선수들이 가장 좋았을 때만 기억한다. 하지만 감독인 나는 선수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믿음을 주면 언젠가 올라올 거란 확신이 있다. 김보경은 언제든 우리 팀을 위해서 결정적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중요한 선수다”고 칭찬했다.

김보경은 “동점골을 허용하고 빠른 시간 내에 득점을 해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내 득점보다 팀의 득점에 어떻게 공헌하는가가 중요하다. 골에 연연하기보다는 앞으로도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번트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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