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불구 형들과 대결서 접전 끝 석패
초등생땐 전국대회 휩쓴 ‘예비 이용대’ “엄마처럼 올림픽서 금메달 딸 거예요”
배드민턴에서 고교 3학년 선수는 대학교 3∼4학년 선수를 이길 수 있어도 고교 1학년 선수가 3학년 선수, 중학교 1학년 선수가 3학년 선수를 이기기란 무척 어렵다. 학교대항선수권대회와 전국종별대회를 통틀어 한국배드민턴 역사상 남고 1학년 선수의 단식 우승은 고작 2차례뿐이었다. 특히 중학교 시기는 신체적 성장이 가장 빠른 때이기에 1학년 선수와 3학년 선수는 신체 및 운동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전남 화순에서 열리고 있는 ‘이용대 올림픽 제패 기념 2012 화순-빅터 전국학교대항 배드민턴선수권대회’(스포츠동아·동아일보사·한국초등학교배드민턴연맹·한국중·고배드민턴연맹 주최, 전라남도배드민턴협회 주관, 대한배드민턴협회·화순군 후원)에선 중학교 1학년 선수 한명이 씩씩거리며 3학년 형들의 공격을 혼신을 다해 막아내 눈길을 끌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셔틀콕의 간판스타 이용대(23·삼성전기)의 전매특허인 슬라이딩 수비도 몇 차례 성공시켰다. 상대팀 코치가 “1학년이다. 정신 차리자”고 독려하자 형들의 공격은 더 매서워졌다.
그래도 1학년은 버티고 또 버텨 승부를 3세트까지 끌고 갔다. 관중석에선 그 1학년 선수의 어머니가 마음 졸이며 아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선수 때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목에 걸었던 ‘셔틀콕 퀸’은 큰 경기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지만, 아들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엄마였다. 코트 위 주인공은 수원 원일중 1학년 김원호, 관중석의 주인공은 길영아(41) 삼성전기 여자팀 감독이었다.
김원호는 지난해 태장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을 석권했다. 주요 전국대회는 물론 13세 이하 주니어국제대회에서도 단 한번의 패배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엄마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엄마랑 같은 팀(삼성전기)인 이용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진짜 꿈나무였다.
그러나 중학교에선 1학년이 1회전만 통과해도 대견한 일이다. 김원호는 이번 대회 남중부 복식에 강민혁과 함께 출전해 24일 1회전에서 전남사대부중 박민혁-박성민에게 1-2(21-14 18-21 13-21)로 석패했다. 키가 훨씬 큰 3학년 형들과의 대결이었지만 1세트를 이기고 2세트에서도 맹추격을 펼치며 대등한 경기를 했다. 승부가 결정된 뒤 김원호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코트에서 나왔다. 길 감독은 25일 “아들이 ‘중학교 최고 형들과 붙어보고 싶었는데, 1회전에서 탈락해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워하더라. 아직 체격이 또래 중 크지 않은 편인데, 운동을 시작한 만큼 키가 많이 컸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경기결과
○남자 고등부 단식 준결승전=최솔규(서울체고) 2-0 이상호(인천해양과학고), 장현석(광명북고) 2-1 김두한(충주공고)
○여자 고등부 단식 준결승전=김신희(성심여고) 2-1 김호연(창덕여고), 이장미(유봉여고) 2-0 김나영(화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