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김사율, 등판 전 긍정 모드 ON! ‘롯데 수호신’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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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7시 00분


2년 연속 20세이브를 거둔 롯데 마무리 김사율. 데뷔 14년차 늦깎이 마무리지만, 그에게는 롯데의 승리를 지키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스포츠동아DB
2년 연속 20세이브를 거둔 롯데 마무리 김사율. 데뷔 14년차 늦깎이 마무리지만, 그에게는 롯데의 승리를 지키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스포츠동아DB
타자와의 기싸움서 밀리면 안돼
‘할 수 있다’는 자심감으로 무장

군 복무 시절 하루 4시간씩 훈련
제대 후 3년간 2군 생활 맘고생

주장 맡아 강한 불펜 만들기 전념
“한국시리즈 세이브 한번 해야죠”


롯데 김사율의 세이브 행진에 거침이 없다. 3일 사직 SK전에서 시즌 20세이브를 거두며 2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했다. 2년 연속 20세이브는 롯데 창단 이후 최초의 기록이다. 최고 소방수 자리를 놓고 두산 프록터, 삼성 오승환과 치열한 3파전을 펼치고 있다. 그는 10년이 넘는 2군의 설움을 이겨낸 선수다. 데뷔 12년째이던 2010년부터 1군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했고, 지난해 처음 마무리투수의 중책을 맡았다. 데뷔 10년이 넘어 마무리투수가 된 것은 국내서 처음이다. 그래서 그의 2년 연속 20세이브가 더욱 빛이 난다. 김사율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롯데의 승리를 지키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가 올라가니까 좋아하더라고요!

-2년 연속 20세이브 축하한다. 롯데에선 처음이잖아?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죠.”

-흔히 마무리투수는 공도 잘 던져야 하지만 멘탈이 중요하다고 한다.

“등판하기 전에 제 자신을 컨트롤 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마운드 위에서의 싸움보다, 어떨 때는 마운드 밖에서의 싸움이 더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예를 들면 매 경기 몸이 좋을 수 없고, 준비할 때 왠지 공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그런 기분으로 올라가면 실패하니까, 등판 전까지 ‘괜찮다.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싸울 수 있는 긍정 모드로 바꾸는 거죠.”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떤 생각으로 던지나?

“우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해요. 순간순간이 승부처이기 때문에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죠.”

-남들처럼 공이 빠르지는 않다. 불리한 점인데?

“좀더 빠르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죠. 그런데 1년 넘게 해보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충분하더라고요. 직구, 커브, 포크볼을 정확하게만 던지면 충분해요.”

-1994년 박동희가 기록한 31세이브가 구단 최다 기록인데 넘을 수도 있겠다.

“기록은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상대가 인정하는 마무리투수가 되는 겁니다.”

-상대가 인정하는?

“과거 선동열 감독님(KIA)이나 오승환(삼성)이 나오면 상대는 기가 꺾이잖아요. 근데 저는 마무리하러 나가면 상대가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게 마운드에서 느껴지나?

“그럼요. 느낌이 팍팍 오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거 기분 안 좋거든요. 위축돼서 나오는 타자와 덤비는 타자는 분명 다르잖아요. 최근에는 좀 인정받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초심으로 다시 시작하자!

-올 시즌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6월에 치른 세 경기죠. 등판할 때마다 홈런을 맞았어요. 6월 9일 KIA전에서 9회 최희섭에게 동점홈런 맞았고, 12일에는 두산전에서 연장 11회 고영민에게 역전홈런 맞았고, 14일에는 한점차로 이기다가 9회 투아웃에 양의지에게 투런홈런 맞고 졌어요.”

-상당히 힘들었겠는데.

“왜 그렇게 맞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죠. 계속 저에게 물었어요.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답을 얻었나?

“구위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던 제 욕심이었어요. 공격적인 것도 좋고, 기싸움도 좋은데 때로는 피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제 공이 빠르지 않으니까 힘대힘으로 싸워서는 위험하다는 거죠.”

-참 어렵구나.

“정말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결과론이긴 하지만 순간순간 좀더 현명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아요. 넥센전 하러 서울 올라가는 버스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목동 개막전이다’, 그런 맘으로 올라갔어요.”

○군대에서 매일 4시간씩 훈련했어요!

-경남상고 때 대통령배 우승하고 입단했다. 기대가 컸는데?

“제가 못했죠. 입단하고 5년 정도 꾸준하게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점이 잘 안되던가?

“그땐 몰랐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제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잘못된 생각?

“투수는 공도 중요하지만, 멘탈이 더 중요하잖아요. 저는 마운드에서 안 맞으려고 던졌어요. 싸워야 하는데, 자꾸 도망가고 어렵게 가고. 신뢰받을 수 없는 피칭을 한 거죠.”

-그리고 군대를 갔다.

“2004년 11월 포병으로 현역 입대했죠. 첫해는 군복무에 전념했고, 2년째는 군대에서 복귀를 준비했어요.”

-어떻게?

“1년이 넘어가면서 제가 분대장이 됐죠.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하루 4시간씩 프로그램을 짰어요. 아령, 튜빙, 웨이트 트레이닝 하고, 연병장 뛰고. 어깨가 안 좋아서 6개월 동안 ITP(단계별 피칭 프로그램)도 했죠.”

-공을 받아주는 사람도 필요했겠다.

“제가 포수 미트 구해서 반강제로 신참에게 맡겼죠. 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시간입니다.”

○롯데 유니폼 입고 꼭 한번 잘해보고 싶었다!

-군대 갔다 오고도 3년은 2군 생활이 많았다.


“아무도 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이미 저는 팀에서 전력 외로 빠져있는 것 같더라고요. 전지훈련도 못 갔고, 그저 2군에서 생활했죠.”

-그때 무슨 생각을 했나?

“실력을 쌓아야 한다. 모든 저의 메모리를 다 버리고 새로 시작했죠. 과거는 다 필요 없다. 새로 만든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롯데를 정말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꼭 한번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커브는 송승준에게 배웠다고 들었다.

“저는 보통 수준의 직구와 포크볼이 전부였죠. 2009년 스프링캠프 때 승준이가 너클커브를 던져보라고 했어요. ‘사율아! 포스 마스크 보고, 틀지 말고 그냥 찍듯이 던져봐!’ 처음에는 참 힘들었는데 제가 절박하다보니까 그게 되더라고요.”

○우리도 삼성 같은 불펜을 만들자!

-올해 주장을 맡았다.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주장의 역할 같아요. 백업선수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 격려를 많이 합니다. 용기를 자꾸 심어주고 하죠. 주전들에게는 별로 말 안합니다. 좋든 나쁘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꼭 해보고 싶은 것은 강한 불펜을 만드는 겁니다.”

-강한 불펜?

“삼성 불펜이 강하잖아요. 부러울 만큼. 우리도 삼성처럼 강한 불펜 한번 만들자는 거죠.”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제일 강조하는 것은 하나가 되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다. 잘 던지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좋지 않으면 서로 격려해주고. 기량 이전에 일단 롯데 불펜이 하나가 되자고 했죠. (정)대현이 형도 오고, (김)성배, (이)승호도 왔고 해볼 만합니다.”

-후반기 롯데는 어떤가?

“잘할 것 같습니다. 대현이 형이 합류하고 전반기에 부진했던 송승준, 고원준도 후반기에는 좀더 잘하겠죠. 롯데가 또 여름에 강하잖아요.”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특별하게 목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가 그 정도 수준의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올라갈 때마다 최선을 다해 던질 생각입니다.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를 하는 겁니다. 그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롯데 김사율?

▲생년월일=1980년 4월 17일
▲키·몸무게=180cm 90kg
▲출신교=감천초~대신중~경남상고
▲프로 입단=1999신인드래프트 롯데 2차 1번(전체 1순위)지명·입단
▲2012년 연봉=1억 3000만원
▲2012년 성적(16일가지)=29경기 1승2패21세이브 방어율 3.21(28이닝 26탈삼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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