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입 안맞는 수뇌부, 우왕좌왕 선수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스타전 참가 결정을 발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10구단 창단에 대해 신뢰할 만한 로드맵을 제시받고 사상 초유의 올스타전 보이콧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선수협이 이번 기자회견 막전막후에 보여준 모습은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우선 야구판을 뒤흔들 만한 중대발표를 하면서 선수협 수뇌부의 생각은 제각각이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박충식 사무총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변호사인 김선웅 사무국장이 질문에 대답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기자는 공식회견 직후 두 사람에게 별도로 전화를 걸어 “만약 내년 시즌 시작 전까지 10구단 창단 움직임이 없으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서로 달랐다. 김 국장은 “KBO의 로드맵이 무산되면 내년 각 팀의 전지훈련에 불참하고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부하겠다”며 강경론을 폈다. 반면 박 총장은 “내년에 어떤 행동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일단 KBO를 계속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함께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이런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 차가 있다는 게 의아했다.

이는 선수협이 올스타전 출전을 급하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기자회견 당일까지 발표안에 대해 찬반격론을 벌였다. 그래서인지 기자회견 시간도 오락가락했다. 당초 오전 11시로 예정된 회견은 30분 앞당겨졌다가 결국 11시에 열렸다. 김 국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선수들과 오전까지 얘기했지만 반대 의견을 조율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선수협의 이번 결정이 ‘KBO를 방패로 한 출구전략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선수협이 실질적인 10구단 승인 권한이 없는 KBO를 앞세워 ‘올스타전 거부’라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왔다는 지적이다.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으면 선수협도 해당 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등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다. 그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야구팬의 눈에 갈지자처럼 우왕좌왕하는 선수협의 모습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동주 스포츠레저부 기자 djc@donga.com
#선수협#올스타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