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스포츠는 종목을 막론하고 노장들의 수난시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단의 압박에 떠밀려 우울한 말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추세와 달리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변함없는 존재감을 뽐내는 선수가 있다. 삼성 안방마님 진갑용(38)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투수 리드는 더 노련해졌고, 방망이는 더 뜨거워졌다. ‘회춘모드’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진갑용의 전성시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진갑용의 친필 사인볼 당첨자는 @IF_YJH, @fdfd16, @MJ_CREA다.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spoir9145)
“아마추어 때는 대학교 1학년(1993년) 고연 정기전이 기억에 남네요. 그 때 덕 아웃에 고 최남수 감독님 영전을 모시고 경기를 했었어요. 역전승을 거둔 뒤 동료들과 함께 울었죠. 함께 뛰었던 문동환, 강상수 선배 등 그 연배의 형들은 그 경기를 모두 기억할 겁니다. 프로 생활하면서는 2002년 첫 우승과 올림픽 전승 우승이 기억에 남네요. 올림픽은 아직도 1구 1구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올림픽 금메달,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아시아시리즈 제패까지 많은 것들을 이뤄냈습니다. 은퇴 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fwasun)
“그러고 보니 선수로서는 이루고 싶은 걸 다 이뤘네요. WBC 4강도 경험했고…. 은퇴 전에 우승 한 번 더 했으면 합니다. 우승도 기회가 됐을 때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팀에서 분위기를 좋게 해주는 선수는 누구인가요?(@okskjs)
“요즘은 (이)승엽. 그 정도 레벨의 선수가 나서서 팀 분위기를 활기차게 하기는 쉽지 않은데 무척 잘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더 고맙고요. 승엽이의 그런 노력 덕분에 팀이 잘 나가는 것 같네요.”
-포수로서는 최고의 안방마님이신데 가족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는 어떤 아빠이신지? 백점 만점에 몇 점∼?(@IF_YJH)
“빵점. 경기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애들이 잘 시간이고, 아침에 내가 일어나면 애들이 학교 가고 없어요. 원정경기 때문에 1년에 반은 집을 비우죠. 비시즌 때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전지훈련 갈 때도 가족들을 데리고 가요. 괌에 있는 콘도를 잡아서 훈련 없는 날은 하루 종일 물놀이를 하고요. 큰 애가 중학생이고, 둘째가 초등학생인데 사인을 해주거나 아이들 친구들을 식당에 초대하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시험이 끝났다고 친구들 10명 정도를 데리고 왔더라고요.”
-아드님도 야구선수로 키우실 건지요?(@EM_LIONS)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 아들이 지금 리틀야구를 하고 있어요. 투수를 하고 있는데, 적성에 맞는다면 포수도 적극 추천할 생각이에요. 아이의 첫 게임 때는 직접 경기를 관전했는데, 첫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볼에 맞고 울더라고요. 허허.”
-점점 좋은 대형 포수 자원이 안 나오는데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세요? 그리고 야구선수를 꿈꾸는 어린 후배들에게 포수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MhTaiji)
“왜 없나요. 강민호도 있고, 양의지 있고, 정상호 있어요. 두산에는 수비가 괜찮은 포수들도 꽤 많고요. 요즘에는 포수가 방망이도 좀 쳐야 하지만…. 내가 낸 사인이 의도대로 병살타가 되거나 삼진을 잡아내면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경기 흐름을 내 손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 포수의 매력이죠.”
-오승환 선수가 세이브 할 때 두 분이 세리머니 비슷한 제스처(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드는 동작)를 하시는데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 건가요?(@fdfd16)
“할 때마다 잘 던지니깐, 뭔가 있어야겠다 싶었어요. 튀게 하지는 말고 하늘이나 한번 찌르자고 했더니 (오)승환이가 그러겠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한 200번은 했나.”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춤을 추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그 춤은 준비를 했던 건가요? 아니면 즉흥적으로 춘 춤인가요?(@kiakjh)
“어디 기사에는 도미니카 친구한테 배웠다고 나오던데, 그건 아니에요. 마지막 경기 팬들과 함께 즐기는 순간인데, 애들이 숫기가 없어서 전부 빼더라고요. ‘나라도 좀 세게 하자’ 생각에 즉흥적으로 나온 겁니다.”
-진갑용 선수에게 삼성 라이온즈는 어떤 팀?(@ImMinA_)
“내 야구 인생의 반환점, 제2의 야구인생이 시작된 고마운 팀입니다. 전성기를 보냈으니 서로 윈-윈이라고 해야 하나. 프런트 분들이 고맙다는 말을 하시던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올해 회춘이라는 말을 들으실 만큼 좋은 페이스인데요. 그 원인 세 가지만 꼽아주세요.(@weirdamy)
“작년에도 이 정도 하지 않았나요? 타율이 좋을 뿐이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감독님이 체력관리를 해주시니 이런 성적이 나는 것 같네요. 내가 지금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진작 지쳤을 겁니다.”
-오승환 선수를 제외하고 공을 받아볼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 그리고 그 선수의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며 가장 뿌듯했던 선수는 누구인가요?(@MJ_CREA)
“예전에 (배)영수 볼이 정말 좋았어요. 한창 잘 던질 때는 9회까지 던져도 힘이 안 떨어졌으니까요. 2004년 한국시리즈 4차전(10월 25일 대구 현대전)에서 10회 노히트노런한 게임은 아직도 생생해요. 그 때는 고개 한번 안 흔들고, 달라는 대로 볼을 던졌죠. 베이징올림픽 캐나다전에서 완봉한 (류)현진이도 기억에 남아요. ‘선배님이 던지란 대로 던지겠다’면서 사인 내는 대로 던졌죠.”
-선수생활을 야구로 치자면 몇 회 정도 되신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남은 선수생활 동안 달성하시고 싶은 기록은 무엇이 있나요?(@Ahn_ik)
“8회말 정도? 일단 마흔까지는 계약이 되어 있으니 은퇴는 그 후에 생각하려고 해요. 10구단이 생기면 더 오래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싶네요. 기록에 대한 생각은 크지 않아요. 그냥 우승 반지 한번 더 끼어 봤으면 좋겠네요.”
30년 뒤 그리는 나의 모습은?
“돈 많이 벌어 놓고, 회원권 끊어 놓고, 골프나 치러 다니려나? 하하. 내가 야구를 워낙 좋아하니깐 아들 야구 하는 걸 보러 다닐 수도 있겠네요. 야구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 때도 마냥 야구를 즐기고 있을 것 같아요.”
삼성 진갑용은?
▲생년월일=1974년 5월 8일 ▲키·몸무게=182cm·90kg ▲출신교=하단초∼초량중∼부산고∼고려대 ▲프로 경력=1997년 신인드래프트 OB 2차 1번(전체 1순위) 지명·입단∼1999년 삼성 입단 ▲국가대표 경력=1998방콕아시안게임(금메달)·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4강)·2008베이징올림픽(금메달) ▲2012년 연봉=4억원 ▲2012년 성적(8일 현재)=64경기 189타수 61안타(타율 0.323) 3홈런 36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