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결말이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그 꿈이 늘 자신 있어 하던 숙적 일본에 깨졌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1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최종 예선 패자 준결승. 전날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패해 패자전으로 밀린 한국은 최근 상대 전적에서 5연승 중이던 일본에 51-79로 28점 차의 참패를 당했다. 빨간 티셔츠 차림으로 태극기를 휘두르던 100명 가까운 교민 응원단은 망연자실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한국 여자농구의 민망한 성적표는 예고된 참사였다. 대표팀 구성부터 잡음이 심했다. 통합 챔피언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제됐다. 감독 인선을 둘러싼 갈등 속에 가뜩이나 짧았던 훈련 기간(한 달 남짓)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대표 선수 대부분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일부 주전은 합류를 늦춰 6월 초까지도 정상적인 훈련이 힘들었다. 여자 프로농구 신세계의 해체와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 및 집행부의 사퇴도 악재였다.
반면 일본은 석 달 넘게 치밀한 계획 속에 대표팀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마다 반목이 심했던 국내와 달리 일본은 구단들이 전력 극대화를 위해 힘을 합쳤으며 미국 전지훈련에 한국 농구를 배우려고 정해일 전 도요타자동차 감독까지 코치로 선임했다. 이날 한국은 1쿼터에 4-29에 크게 뒤지며 대패를 예고했다. 실책은 일본보다 15개 많은 22개나 했으며 가로채기에서도 3-13으로 크게 뒤질 만큼 경기 내용과 집중력이 나빴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니 만큼 우리 선수들이 정신력을 발휘할 것 같다”는 이호근 대표팀 감독의 예상은 공허하기만 했다.
한때 세계 4강으로 불리던 한국 여자농구는 아시아 삼류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신임 총재를 비롯해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될 WKBL과 행정력 부재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한농구협회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적어도 소 잃고 외양간마저 고치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