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야? 격투기야?… 수원-서울 라이벌전 과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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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 부상… 선수 몸싸움…수원 2-0 승리 8강행

거칠고 격렬한 승부였다.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걸고 벌인 한판 승부에서 수원이 서울을 꺾고 축구협회(FA)컵 8강에 진출했다.

수원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16강전 서울과의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과 스테보의 프리킥 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단판 승부를 벌인 양 팀의 경기는 ‘격투기’를 보는 듯했다. 깊은 태클이 난무한 끝에 경기 종료 직전에는 격앙된 양 팀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여 양 팀 감독까지 경기장에 들어가 말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수원이 24개, 서울이 18개 등 총 42개의 파울이 쏟아졌고 양 팀 합쳐 8개의 경고가 나왔다. 두 장의 경고를 받은 서울 수비수 김진규는 후반 49분 퇴장당했다.

경기 후 서울 구단 관계자는 수원 구단 관계자와 다투다 맞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수원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공격수 라돈치치가 김진규의 거친 태클에 부상을 당해 들것에 실려 나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전반 13분에는 수비수 곽광선이 페널티박스 내에서 몰리나에게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서울의 일방적인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었던 순간. 국가대표팀 수문장 정성룡이 수원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는 몰리나의 페널티킥을 몸을 날려 막았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수원은 전반 40분 서울의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오범석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린 게 서울 수비수 김주영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골로 연결돼 1-0으로 앞서 나갔다. 후반 들어 전열을 재정비한 서울이 총공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수원이 추가 골을 터뜨렸다. 수원의 스테보는 후반 8분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골을 넣은 뒤 서울의 골대 뒤편에 자리한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 앞으로 달려가 오른팔로 ‘알통’을 만들어 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승장 윤성효 수원 감독은 “나는 서울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자신감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을 꺾고 8강에 진출한 수원은 FA컵 네 번째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서울은 최용수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수원전 3연패(K리그 포함)의 늪에 빠졌다.

한편 경남과 전북은 각각 강원과 전남을 1-0으로 꺾었고, 제주는 대구를 2-0으로 이겼다. 울산은 성남에 2-1로 승리했고, 포항은 광주를 3-1로 꺾었다. 대전과 고양도 각각 승부차기 끝에 상주와 인천을 물리치고 8강에 합류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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