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軍”…결국 박주영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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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8일 07시 00분


사실상 이민개념이라 볼 수 있는 장기체류자격을 얻어 병역연기를 한 박주영이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박주영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착잡한 표정을 짓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사실상 이민개념이라 볼 수 있는 장기체류자격을 얻어 병역연기를 한 박주영이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박주영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착잡한 표정을 짓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최강희 감독 과감한 결단…왜?

박주영 입장표명 외면한채 연락두절
최 감독, 전날까지 발탁여부 큰 고민

“경기력·병역문제 두가지 이유로 제외
계기만 있다면 대표팀 문은 열려있다”


국가대표팀 최강희(53) 감독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박주영(27·아스널)을 대표팀 명단에서 뺐다.

최 감독은 17일 서울 논현동 LG디스퀘어에서 열린 대표팀 새 유니폼 발표회 후 31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과 원정 평가전, 다음 달 9일(카타르)과 12일(레바논)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1,2차전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박주영은 결국 빠졌다.

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17일 서울 LG 디스퀘어에서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17일 서울 LG 디스퀘어에서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경기력, 대표팀 진정성 두루 고려

박주영은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다. 그 동안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뽑히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아스널로 이적한 뒤 거의 뛰지 못하면서 경기력 논란이 불거졌다. 3월 터진 10년 병역연기는 결정타였다. 박주영은 사실상 이민개념이라 볼 수 있는 장기체류자격을 얻었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이다. 그가 과연 대표팀 발탁에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해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 감독은 발표 전날 자정까지 고민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박주영의 어머니, 에이전트, 변호사를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 감독은 이런 점들을 두루 고려한 뒤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제외 이유는) 경기력적인 측면과 병역문제 두 가지 모두라고 말하고 싶다. 대표팀은 전체적인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선수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에 들어왔을 때 희생할 수 있는 마음도 중요하다. 대표팀 선수는 다 모든 선수가 스타이고 에이스다. 26명을 선발했지만 11명만 경기를 나가야 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헌신하느냐에 대표팀 분위기가 달려 있다.”

박주영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최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기 전 박주영이 따로 기자회견 등의 방식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기를 바랐다. 물론 기자회견 자체가 발탁의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었다. 또 그가 기자회견을 했다한들 그 자리에서 군 복무를 언제 하겠다고 약속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최 감독이 원했던 건 박주영이 기자회견을 통해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박주영은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안정적으로 더 하고 싶어 (장기체류자격을 얻는)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대표팀 선수로 뛰고 싶다’며 고개 숙여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이마저도 철저하게 외면했다.

○최종예선 1,2차전 재발탁 없다

스페인과 평가전, 최종예선 1,2차전을 앞두고 박주영이 달라진 태도를 보이거나 불의의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재발탁될 수는 있을까. 규정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그럴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주영은 대표팀 예비명단(약 60명)에 포함돼 있다. 예비명단에 들어 있는 선수는 최종예선 경기 전날까지 교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그런(부상 등) 변수를 다 고려해 지금 멤버를 뽑은 것이다. 이제는 내가 지금 현 멤버들에게 신뢰감을 줘야 할 때다”고 못을 박았다.

그렇다고 대표팀에 대한 문이 완전히 닫혔다고 볼 수는 없다. 최 감독은 “박주영은 한국대표로 많은 활약을 해 줬고 앞으로도 해 줘야 한다. 지도자 이전에 선배 입장에서 박주영 입장을 이해한다. 능력 있는 선수들은 환경이 바뀌면 자기 위치를 찾을 수 있고 소속 팀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이런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 선수 선발에 법은 없다. 언제든지 대표팀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박주영은 자신이 태극마크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줘야 한다. 또한 2012∼2013시즌 이적이나 임대를 통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 기량이 녹슬지 않았음을 입증할 필요도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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