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첫 출전 배상문 “우즈에 쏠릴 무수한 눈에 나를 새겨주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1, 2라운드 우즈와 맞대결
“꿈꿔온 대결 빨리 성사돼 흥분… 그 까이꺼, 한번 붙어 보죠 뭐”

“페어링(pairing·조 편성)이 좀 그렇네요. 하지만 날 인정해 준 거 아닙니까. 그 까이꺼 하면 되죠 뭐. 허허∼.”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자신이 넘쳤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억센 사투리 억양만큼이나 두려울 것 없다는 투였다. 명인 열전이라는 마스터스에 처음 나서는 배상문(26·캘러웨이)이었다. 출전만으로 영광일 텐데 배상문은 1, 2라운드 조 편성에서 최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타이거 우즈(37·미국)와 태어나 처음 같은 조에 묶였다. 배상문은 5일 오후 11시 35분(한국 시간) 우즈, 49세의 베테랑 미겔 앙헬 히메네스(아르헨티나)와 첫 라운드에 들어간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홈페이지는 ‘투어 루키인 배상문이 우즈와의 라운드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상문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우즈와의 라운드가 이렇게 성사될 줄 몰랐다. 예전에 연습장에서 한 번 봤는데 광채가 나는 듯했다. 티 타임표에 우즈와 이름이 나란히 걸린 걸 처음 본 순간 잠시 멍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조는 조이고 일대일 매치플레이도 아닌 만큼 내 경기에만 전념하겠다. 주목도 많이 받을 텐데 내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조 편성은 배상문의 달라진 위상을 보인다. 배상문은 올 시즌 PGA투어에 데뷔해 9개 대회에서 8차례 예선 통과를 하며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두 번 들었다. 한국과 일본 상금왕 출신이라 아시아 시장을 노린 대회 주최 측의 포석도 있다.

지난달 30개월 만에 PGA투어 우승을 이루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우즈는 이번 대회 연습 라운드부터 수천 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한국과 일본에서 메이저 킬러로 이름을 날린 배상문은 주위가 요란해야 오히려 흥이 나는 스타일이다. 배상문은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이틀 동안 최경주(SK텔레콤)와 연습 라운드를 했다. 배상문은 “TV에서나 봤던 마스터스에 출전해 기분이 정말 좋다. 아직 그린이 그리 빠르지 않지만 대회 땐 유리알만큼 빨라질 것 같다. 퍼트와 코스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 아멘코너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더블 보기 이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최경주는 2010년 마스터스에서 나흘 연속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했으며 지난해에도 3라운드를 같이 돌았기에 배상문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멘토다. 4일 저녁에는 최경주와 한국 식당에서 갈비와 김치찌개 등으로 회식을 하며 결전에 대비했다. 최경주는 “타이거를 직접 한번 느껴봐라. 큰 부담 가질 필요 없다”며 격려했다. 배상문의 두둑한 배짱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마스터스#배상문#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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