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청용, 네 인생을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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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7시 00분


힘든 재활 과정을 거의 마무리하고 팀 훈련에 합류한 볼턴 이청용이 스포츠동아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성급하게 복귀전을 갖지 않고 완전한 컨디션을 만든 뒤에 그라운드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스포츠동아DB
힘든 재활 과정을 거의 마무리하고 팀 훈련에 합류한 볼턴 이청용이 스포츠동아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성급하게 복귀전을 갖지 않고 완전한 컨디션을 만든 뒤에 그라운드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스포츠동아DB
볼턴의 미래 이청용, 그의 푸른 미래

‘용의 해’에 가장 기대되는 축구 선수는 누구일까. 바로 이청용(24·볼턴 원더러스)이다. 세계 최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안착한지 햇수로 4년,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아직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011∼2012시즌을 앞두고 가진 프리시즌 연습경기에서 정강이 골절상을 당했다. 후유증은 생각보다 길다. 수술보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재활 과정을 마무리하고 팀 훈련에는 복귀했으나 할 수 있는 한 완벽한 컨디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그라운드 컴백은 조금 미뤘다. 나았다는 생각에 괜히 서둘렀다가는 훨씬 큰 후유증이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다. 생전 처음 겪는 아픔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계속 달려가기 위한 달콤한 휴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속내였다. 창간 4주년을 맞은 스포츠동아가 이청용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하루일과? 재활&재활
축구멘토? 박지성
태극마크? 책임감
베스트 영화? 도가니


○재활 또 재활

-뜻밖의 부상을 당하고 벌써 8개월이 흘렀네요.

“재활 말고는 특별히 한 일이 없네요. 사실 지금 스케줄만 소화하는 것도 정말 벅찬데요. 재활 일정만 밟아나가도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라요. 금세 지나가네요.”

-이렇게 긴 부상은 처음이죠. 본인에게 어떤 시간이었나요?

“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어요. 제가 그동안 밟아온 과정과 현재와 앞으로 닥칠 미래까지 차근차근 생각할 수 있었어요. 물론 하루 빨리 경기에 나가고 싶죠. 동료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게 어찌나 부러운지. 하지만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가기 위한 휴식이라고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지금은 철저히 회복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어떤 훈련 프로그램을 받고 있나요? 일과표는 어때요?

“아침 일찍 훈련장에 가죠. 절 기다리는 건 오전과 오후 재활이랍니다. 이걸 모두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대략 오후 5시쯤이죠. 뭘 하겠어요? 저녁 식사를 하고 그냥 제 개인시간을 갖고 쉬는 거죠.”

이청용의 복귀 시점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주변에서 예상하는 시기도 저마다 달라 혼선을 빚는다. 그러나 이청용의 에이전트인 TI스포츠 김승태 사장은 “적당히 낫고 적당히 훈련해서 적당히 뛰는 일은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항상 첫 걸음?

-볼턴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위치나 위상은?


“햇수로는 4년이 흘렀지만 아직은 두 시즌을 보낸 게 전부에요. 사실 흔한 말이긴 한데, 늘 첫 시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갓 입학한 학생이랄까. 늘 새로이 시작하는 신입생, 입학생이라는 느낌이에요. 올 시즌은 특히 그렇고요.”

-현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마주하며 느낌은 어때요?

“항상 깨우치고 배우죠.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훌륭한 선수라면 장점이 많겠지만 분명 단점도 있죠. 그래도 스스로 갖춘 장점을 풀어내는 건 전혀 다른 얘기거든요. 전 부족함이 많은데, 충분히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볼턴 스승님이 오매불망 기다리죠?

“에이, 오언 코일 감독님이 저만 사랑하시는 건 아니랍니다. 모든 선수들이, 1군이든 2군이든 똑같은 칭찬으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세요. 그래도 특별히 미운 짓은 안 하려 해요. 그러한 부분이 좋게 봐주시는 계기?^^”

코일 감독은 “이청용만 오면…”이란 문장을 입에 달고 산다. 그에게 이청용은 평범한 제자 중 한 명이 아니다. 누구보다 필요하다. 시즌 전, 유력한 다크호스로 꼽힌 볼턴은 이청용의 부상과 함께 끝 모를 추락을 했다. 얼마간 안정은 찾았다고 해도 여전히 강등권이다. 이청용이 볼턴의 부족한 2% 를 채울 마지막 퍼즐이란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청용과 함께 ‘볼턴의 미래’로 꼽혔던 파브리스 무암바가 최근 갑작스런 심장 마비로 전력에서 이탈한 지금 이 순간은 더욱 그렇다.

○박지성과 함께, 기성용과 함께

-축구 선수로서 영감을 준 인물이 있다면?


“사실 특별히 누굴 꼭 짚어 닮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매 시즌 꾸준히 잘해주는 (박)지성이 형이 아닐까요? 계속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있잖아요. 형처럼 정말 따라가고 싶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에 서죠? 좌우명은?

“좌우명까진 아니지만 ‘경기를 즐기자’는 생각을 늘 갖고 있죠. 부담이 없어야죠. 마음이 무거우면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나와요.”

-유럽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뭐죠?

“음, 미래일 수도 있겠는데요. 전 세계 최고 리그로 불리는 곳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끼고 있죠. 한데, 저 혼자만 갖고 싶지는 않아요. 꿈나무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하루 빨리 더욱 많은 한국 동료들이 나왔으면 해요. 그만큼 유망주들이 접할 기회가 넓어지니까요.”

-‘내가 영어 좀 하는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요?

“^^;;; 정말 없어요. 문화는 제 또래들이 그렇듯 빨리, 그리고 쉽게 적응했죠. 그런데 언어 실력은 뜻대로 되지 않네요. ‘나도 잘 한다’는 생각을 빨리 하고 싶은데.”

-이청용이 보는 역대 최고 스타는 누구죠?

“C.호날두? 리오넬 메시? 와, 셀 수 없이 많죠. 한국 축구에서는 뽑지 않을래요. 지금까지 훌륭한 선배들이 계속 나오잖아요. 차범근, 조광래, 허정무, 홍명보, 윤정환,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엄청난 선배들이 계시죠. 그렇다면 전 무난하게 꼽아서 (기)성용이를 할래요. 여러 장점들을 골고루 갖춘 아주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죠.”

○이청용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게 태극마크가 주는 의미가 있다면요?

“대표팀이란 제게는 자긍심과 자부심, 책임감까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하죠. 어려서부터 오직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겠다는 생각을 해왔으니까. 특히 제게는 월드컵이란 꿈의 무대를 누비도록 해줬고, 더 나아가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줬죠. A매치 소집, 순간순간이 아주 소중하답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이나 본 영화가 있다면요? 그걸 꼽은 이유는?

“지성이 형의 자서전 ‘나를 버리다’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어요.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서로 위치해 있고, 이곳 생활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까요?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영화는 ‘도가니’가 기억나요. 충격적이고 정말 용서치 못할 스토리를 담았지만 그래서 충격이 컸어요. 절대 잊을 수 없을 영화였어요.”

-내게 갑자기 1억 원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서 쓰기 싫을 것 같은데요. 제가 노력해서 얻은 결실이 아니잖아요. 그걸 놓고 쇼핑하기도 쉽지 않고. 음, 몸이 불편하고 불의의 사고로 인해 열심히 재활하는 어린이들에게 보태주면 어떨까요? 정말 제 생각이에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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