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커] 배일환 “K리그 데뷔골 느낌? 서러움 씻는 통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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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7시 00분


무명 신화가 탄생할 조짐이다. 제주 배일환은 지난 주말 K리그 광주 원정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사진제공 | 제주 유나이티드
무명 신화가 탄생할 조짐이다. 제주 배일환은 지난 주말 K리그 광주 원정에서 두 골을 몰아치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사진제공 | 제주 유나이티드
■제주의 새로운 킬러 배일환

작년 고작 2경기…1군에 틈 안보여

끊임없는 훈련…결국엔 기회 찾아와

롤모델 이근호선배 발자취 닮고 싶다


“남들보다 재능이 뛰어나지 않으니 출발도 늘 늦었죠. 그래서 더 많이 노력했고요.”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배일환(24). 그는 초등학교 4학년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다가 감독 눈에 띄어 축구화를 신었다. 학창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중학교 때 동기들이 1학년부터 주전으로 뛸 때 그는 벤치에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매일 개인훈련을 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여긴 감독이 기회를 줘 그라운드를 밟았다. 꾸준한 노력은 빛을 보게 돼 있다.

2009년 U-리그에서 단국대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생애 첫 타이틀이었다. 2011년 드래프트 팀 2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동기 이현호(현 성남)가 1군 게임을 뛸 때 배일환은 2군 신세였다. 작년 배일환은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늘 하던 대로 묵묵히 훈련했다. 제주 박경훈 감독이 배일환을 주목했고, 기대대로 첫 게임부터 사고를 쳤다.

3일 인천과 홈 개막전에서 선제골로 K리그 데뷔 골의 감격을 누렸다. 18일 광주 원정에서는 첫 멀티 골을 기록했다. 배일환은 20일 프로연맹이 발표한 K리그 3라운드 베스트11에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2군 설움을 딛고

-K리그 베스트 11에 뽑힌 소감은.

“실감이 안 나요. 작년에 2군에서 함께 훈련하던 동기 (김)준엽이가 1군 게임 뛰고 베스트11뽑힌 적이 있거든요. 그 때는 정말 부러웠는데….”

-2011년 신인 때 2경기 출전이 전부였는데.

“작년 전반기에 선수가 좋고 잘 짜여져 있었어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제가 치고 들어갈 틈이 안 보였죠. 정말 힘들었어요.”

-올 시즌을 어떻게 준비했나.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꾸준하게 그 동안 하던 패턴대로 했죠. 전 스스로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어려서부터 늘 생각해 왔어요.”

-그 동안 하던 패턴이란.

“중학교 때부터 훈련 끝나면 홀로 꼭 슛 연습을 했죠. 휴가, 외박 갔다 온 날에도 남들보다 조금 일찍 들어와 훈련 했고요. 홍철(성남)이 저보다 중·고·대학교 모두 2년 후배인데 크로스가 좋아요. 학교 다닐 때 (홍)철이에게 크로스를 올려 달라 부탁해서 매일 슛 훈련 했던 게 기억나요.”

-K리그 데뷔 골과 U-리그 MVP 중 어느 게 더 기뻤나.

“U-리그 MVP가 생애 첫 타이틀이었거든요. 그래도 데뷔 골이 훨씬 좋던데요. 서러움을 한 번에 통쾌하게 씻었다고 할까요. (무릎 꿇으며 슬라이딩하는 세리머니가 인상적이었다는 질문에) 어디서 주워 본 것은 있어서…. ^^ 주체할 수 없어서 저도 모르게 했어요. 그런데 무릎 망가진다고 코치선생님들이 그거 하지 말래요.”

88 용띠 라인 모여라

-1988년생 용띠라 올해 각오가 더 남다를 것 같은데.

“작년에 프로 와서 첫 해에 많이 힘들었는데 같은 1988년생인 (이)현호나 (김)준엽이, (오)반석이랑 몰려다니며 스트레스 풀었죠. 우리 중 현호가 작년에 게임을 가장 많이 뛰었는데 어깨에 힘주거나 그러지 않고 오히려 많이 위로해줬죠. 우리 모임을 88라인이라 불러요. ^^”

-스트레스는 어떤 식으로 푸나.

“제주도에서 특별히 할 게 있나요. 주말에 우리끼리 나가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숍 가죠. 저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혼자 커피 숍 가본 적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그렇데 되더라고요. ^^”

이근호를 닮고 싶다

-롤 모델이 있나.

“울산 이근호 선배요. 감독님이 저를 제2의 이근호로 만들겠다는 인터뷰 하신 걸 봤는데 영광이죠.”

-이근호의 어떤 점을 닮고 싶나.

“저돌적인 플레이요. 또 근호 선배가 2군에서 1군으로 올라가고 스타가 된 발자취도 따라가고 싶어요. 제가 고3 때 중국 전훈 가서 근호 선배 처음 봤어요. 인천 소속일 땐데 2군 경기에서 왼쪽 윙백으로 뛰더라고요. 근호 선배도 당시 완전히 자리를 못 잡았나 봐요. 저도 그래요. 작년에 수비형 미드필더 보고 원 톱도 보고 섀도 스트라이커도 보고…. 제 포지션이 없었죠.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축구도 축구지만 성장해 가는 근호 선배의 과정을 더 닮고 싶어요.”

-올 시즌 목표는.

“개인 목표는 20경기 이상 출장이요. 감독님은 10골-8도움의 과제를 주셨어요.”

-카카오톡 배경화면에 ‘마부작침(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 써 놨던데.

“전 출발이 늘 늦었어요. 남들보다 재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죠. 중학교 때 동기들이 게임 뛸 때 저는 못 뛴 적도 있었고 고등학교 때도 제가 개인훈련 하는 모습 보시고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어요.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해야 했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의미로 봐 주세요.”

● 배일환?

▲ 생년월일: 1988년 7월 20일
▲ 신체조건: 180cm 75kg

▲ 포지션: 측면 공격수
▲ 학력사항: 이천남초-풍생중-풍생고-단국대

▲ 수상경력: 2009 U-리그 MVP
▲ 프로경력
- 2011년 제주입단
- 2011시즌2경기 출전
- 2012시즌 현재3경기출전3득점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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