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평범함 속에 깃든 비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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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7시 00분


“180이닝 투구에 180개의 삼진을 잡고 싶다.” 괴물은 역시 목표 자체가 다르다. 한화 류현진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자신의 올시즌 목표를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스포츠동아DB
“180이닝 투구에 180개의 삼진을 잡고 싶다.” 괴물은 역시 목표 자체가 다르다. 한화 류현진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자신의 올시즌 목표를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스포츠동아DB
승수·방어율 이외엔 큰 욕심 없어
박찬호 김태균 돌아와 부담은 감소
“올 가을잔치 책임감은 더 커졌다”


19승, 2.23보다 낮은 방어율, 180탈삼진, 180이닝 투구. 한화의 절대 에이스 류현진(25)이 보다 구체적인 올시즌 목표를 공개했다. ‘19승’의 뜻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시무식 때 일찌감치 공표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승수(18승·2006년)보다 “1승이라도 더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어율과 이닝, 탈삼진 목표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다.

○방어율은 2.23보다 낮게

2010년 류현진은 12년 만에 나온 1점대 방어율(1.82) 투수였다. 하지만 당시 각종 기록을 의식해 무리하다가 적잖은 후유증을 겪었다. 지난해 방어율이 3.36까지 올라갔을 정도다.

그래서 올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왔다. 2점대 초반 방어율을 타깃으로 잡았다. 대신 희망이 하나 있다. 역시 “2006년 기록(2.23)보다 낮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잘 하고 싶다’는 의욕이 동시에 반영됐다.

하지만 승수와 방어율 이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180이닝을 던져 180개의 삼진을 잡고 싶다”고 했다. 보통 투수에게는 한 시즌에 한 번 내기도 힘든 성적이지만 류현진에게는 ‘평균’ 정도에 불과하다. 데뷔 후 총 1086.1이닝을 던져 1028개의 삼진을 잡았으니 시즌당 181이닝에 삼진 171개를 기록한 셈. 대표적인 이닝이터인 그가 데뷔 후 180이닝을 넘기지 못한 해는 2008년과 지난해뿐이다.

탈삼진 역시 2007년과 2008년을 제외하면 늘 이닝마다 1개꼴로 잡아왔다. 6시즌 중 4번의 탈삼진 타이틀을 가져갔던 ‘닥터 K’답게 무리하지 않고 실속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더 커진 책임감 “가을잔치 꼭”

류현진은 지난 2년간 한화의 ‘소년 가장’으로 통했다. 독보적인 에이스로서 팀을 이끈 것은 물론, 김태균이 일본으로 떠나고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대선배들이 줄줄이 은퇴한 후 유일하게 남은 스타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사인 공세에 시달리고 각종 언론 인터뷰를 도맡아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 투수인 박찬호가 한화에 왔고, 김태균도 돌아왔다. 류현진에게 몰렸던 스포트라이트가 자연스럽게 박찬호와 김태균에게 분산됐다. 류현진은 이에 대해 “몸은 편해졌는데 약간 소외된 느낌도 있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렇다고 류현진의 팀내 가치마저 분산된 건 아니다. 절대 에이스의 책임감에 이미 몸도 마음도 익숙해졌을 뿐이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몸으로 2012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팀을 꼭 가을잔치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올해 더 커진 것 같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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