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돈으로 내부비리 폭로 막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1월 27일 07시 00분


Q&A로 풀어보는 축구협 직원 횡령사건·은폐 의혹

“협회 부정 고발” 압박에 입막음용 지급
협회-비리직원 합의서 내용도 궁금증
노조, 부당개입 김진국전무 사퇴촉구
축구협,노조위원장 보복인사 의혹도


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상식을 벗어난 행정 때문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협회는 절도 미수와 횡령 사건에 연루된 협회 회계담당 직원 K씨를 권고사직 시키면서 퇴직금과 함께 2년치 연봉에 달하는 위로금 1억5000만원까지 준 것으로 드러났다. 파장이 만만치 않다. K씨는 작년 11월 8일 심판국의 축구용품을 훔치려다 다른 직원에게 발각됐다. 앞서 2009, 2010년 총 3차례에 걸쳐 협회 법인카드 사용에 따라 환급되는 포인트를 2489만원 어치의 기프트카드로 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26일 협회 노동조합(위원장 손성삼)은 K씨에 대한 징계 조사에 대해 부당 개입을 수차례 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린 김진국 전무이사의 사퇴와 함께 해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의혹 투성이인 이번 사태를 Q&A 형식으로 짚어본다.


Q : 비리 직원에 위로금 왜?


A : 협회는 최근(13일) K씨에게 퇴직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절도 미수에다 횡령 혐의까지 의심받은 직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로금 지급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일반 기업체라면 횡령 직원을 고발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축구계에선 협회 고위 임원들 가운데 누군가 K씨를 감싸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협회는 작년 12월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K씨 사건 관련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중연 회장도 작년 11월29일 K씨를 불러 사건 경위서를 작성토록 했다. 이어 징계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 당시 K씨 혐의는 절도 미수였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횡령 혐의가 추가됐다. 횡령 때문에 사직을 권고받은 K씨는 협회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 내부 비리를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협회 임원들이 구린 데가 있는 것으로 의심을 살 만하다. 협회는 진위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구린 구석을 축소 은폐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K씨는 급한 나머지 자신이 처음 가져간 2489만원보다 1만원이 많은 249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구입해 협회에 돌려줬다. 1만원의 차이는 현재 만원 단위로 기프트카드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사위는 이 부분을 인정해 횡령 부분을 빼고 절도 미수만 놓고 회의를 가졌고, 권고사직 처리를 했다. 하지만 비리 직원에게 퇴직 위로금을 주는 건 내부 규정에 없다. 김진국 전무는 “해당 직원의 그간 공로와 향후 앞날을 위해 줬다”고 모호한 해명을 했다.

Q : 협회와 비리 직원 간 합의서 내용은?

A : 조사가 끝나고 4차례 인사위원회를 거쳐 권고사직을 결정한 협회는 K씨와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규탄 시위가 열린 뒤 김 전무는 “노조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한 합의서는 각서 개념이다. 각서는 여느 직장이든 퇴직할 때면 작성하는 걸로 안다. 각서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문제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느냐다. 송기룡 협회 총무국장은 “‘해당 날짜에 사직하되, 위로금을 지급한다. 이 날짜에 사직하고 협회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 정도가 (합의서) 내용으로 안다”고 했다. 협회는 ‘기밀 사안’이라며 합의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과연 합의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말 못할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Q : 김진국 전무가 조사에 부당 개입했다는데?

A : 노조와 김 전무의 주장이 엇갈린다. 노조는 김 전무가 조사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K씨를 직접 호출하고, 일부 조사위원에게 조사 중지를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 전무는 “조사위 구성 이전에 K를 불렀다. 행정 총괄자가 당사자를 만나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 오히려 부르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였을 것이다. 더욱이 조사 중지를 지시한 적이 없다. 조사위가 구성된 것도 절도 미수 건이었지, 횡령 건이 아니었다. 또 상식적으로 어떻게 ‘조사하지 말라’고 하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가 공개한 사태 일지에 따르면 김 전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전무는 1차 인사위의 결정에 따라 조사위 조사가 결정된 작년 12월9일 K씨를 호출했고, 사흘 뒤 조사 중지를 지시했으며, 또 하루 뒤에 조사위에 활동 재개를 통보했다.

Q : 노조위원장의 전격 인사 발령은 보복성?

A : 손성삼 노조위원장(협회 홍보국 차장)은 25일 경기국 발령을 받았다. 홍보국에 온지 1년 만에 다시 부서 이동을 했다. 이미 협회는 이달 초에도 인사 조치를 단행한 바 있어 이번 인사 조치가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노조와 협회 측의 합의에 따르면 노조 간부를 인사 발령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통보하기로 돼 있으나 이 절차를 무시했다. 손 차장 외에도 노조 간부 7명 전원에 대한 부서 이동이 결정됐다. 노조는 이날 시위를 벌이면서 투명해야 할 축구행정의 가치가 무너졌다며 행정 실무 책임자인 김 전무의 퇴진과 비리 직원 비호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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