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꿈의 그린… 첫해에 우승키스!” PGA 진출 배상문의 각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한국과 일본투어 상금왕을 거친 배상문이 미국 무대에서도 성공할까. 3수 끝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합격증을 받은 배상문은 “시드 유지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승하고 싶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캘러웨이 제공
한국과 일본투어 상금왕을 거친 배상문이 미국 무대에서도 성공할까. 3수 끝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합격증을 받은 배상문은 “시드 유지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승하고 싶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캘러웨이 제공
먼 길을 떠나는 아들 곁에서 어머니는 함께 짐을 꾸렸다. 창밖에는 흰 눈이 펑펑 쏟아졌다. “상문이가 눈을 참 좋아해요. 여섯 살 때부터 겨울이면 무주 스키장에서 살았어요. 길조 아닐까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하는 배상문(26·캘러웨이골프)의 어머니 시옥희 씨(54)는 장도에 오르는 아들이 대견한 듯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배상문은 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캘러웨이골프와 3년간의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한 뒤 경기 성남시 서판교 집에서 가방을 싸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자신의 PGA투어 본격 데뷔 무대로 12일 개막하는 소니오픈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골프 맘

배상문이 한국과 일본투어 상금왕을 거쳐 미국까지 진출하게 된 데는 어머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생후 5개월 때부터 아들을 아버지 없이 홀로 키워야 했던 시 씨는 다행히 여유가 있어 6세 꼬마였던 배상문에게 골프채를 쥐여줬다. 캐디, 코치, 운전사, 매니저 등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했던 어머니는 때론 지나친 행동으로 대회 출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배상문은 “엄마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 잔소리가 보약”이라며 고마워했다. 이 모자(母子)는 지난해 고향 대구를 떠나 서판교에 대지 230㎡(약 70평), 총면적 260㎡(약 80평)의 3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어 입주했다. 건축비만 10억 원 넘게 들었다. 1층에는 골프연습 시설까지 갖췄다. 배상문은 “엄마가 혼자 계시면 적적해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 씨는 “터가 좋다더니 집 짓고 좋은 일이 쏟아진다”며 웃었다.

○ 생존 전략

배상문은 지난해 일본투어에서 22억 원을 넘게 벌었다. 그래도 안주하기보다는 어릴 적 꿈이던 PGA투어에서 뛰기 위해 3수 끝에 합격증을 받았다. PGA투어 신인은 첫해에 출전권만 지켜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배상문은 “시드 유지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승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랭킹 30위인 배상문은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같은 고액 상금 대회에 자력 출전이 가능하다. 기존 신인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다. 배상문은 성공의 3가지 요소로 노력, 적응, 자신감을 꼽았다. “쇼트게임은 평생 해야 한다는 자세로 늘 연습할 겁니다. 매주 다른 코스와 잔디, 날씨에 빨리 익숙해져야 합니다. 영어도 능통해야 하고요. 나도 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죠.” 배상문은 출국에 앞서 일주일 동안 원어민 강사에게서 10시간 영어 과외를 받았다. “받기 전이나 후나 별로 달라진 게 없네요. 흐흐.” 늘 긍정적이고 여유 있는 태도는 그의 최대 강점이다.

○ 든든한 지원

배상문은 세계적인 골프용품 업체인 캘러웨이라는 동반자를 만났다. 한국캘러웨이 이상현 사장은 “배상문은 미국 본사에서 가장 기대하는 유망주다. 거기에 걸맞은 조건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배상문은 미국에서 쓰게 될 모자도 공개했는데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는 글로벌 스타를 지향한다는 의미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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