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투혼… 성적 좀 나아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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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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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그날이후 3연승 맛봐… 김경문, 분위기 반전 대성공
김기태, 코치때 헛수고 그쳐

“두 세트를 먼저 따고도 역전패했다. 화가 나고 오기가 생겼다. 나부터라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로배구 3라운드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한 뒤 현대캐피탈 주장 최태웅이 ‘보여준’ 행동은 바로 삭발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그는 후배 문성민에게 이발기를 빌려 머리를 밀었다. 삭발에 동참하기로 한 후배 한상길이 마무리 작업(?)을 도왔다. 늘 머리를 짧게 깎고 다니는 문성민을 포함해 현대캐피탈 삭발 삼형제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날 이후 3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은 KEPCO를 끌어 내리고 3위로 뛰어올랐다.

최태웅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독종에 연습벌레로 통한다. 그런 그도 이렇게 머리를 짧게 자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리를 자른다고 갑자기 실력이 좋아질 리는 없다. 그래도 짧은 머리를 볼 때마다 각오를 다지게 된다.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삭발을 통해 결의를 다지는 일은 프로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알 수 있게 외모를 변화시킴으로써 의지를 표현하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젊은 선수뿐 아니라 감독이나 코치가 머리를 밀기도 한다. 프로야구 NC 김경문 감독은 두산 사령탑으로 있던 2008년 시즌 초반 팀이 7위까지 추락하자 삭발에 버금갈 정도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두산은 이후 부진에서 벗어났고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반면 LG 김기태 감독은 수석코치였던 2011년 8월 머리를 박박 밀었다. 선수 시절에도 종종 삭발을 했던 그는 이를 통해 팀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LG는 결국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감독과 선수 모두가 머리를 밀어도 객관적인 전력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단체 종목의 경우 삭발이 불씨가 돼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최태웅은 “이제 반환점을 찍었을 뿐이다. 삼성화재가 독주하고 있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팀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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