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잦은 대표팀감독 교체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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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7시 00분


이영표. 스포츠동아DB
이영표. 스포츠동아DB
이영표, 美 밴쿠버 화이트캡스 입단 회견서 한국축구계 조급증에 쓴소리

위기 극복했을 때 성장하는 법
감독임기 최소 4년은 보장돼야
기술위 대표팀 올인 행태 잘못
독립성 갖고 다양한 역할 해야


“잦은 사령탑 교체는 대표팀에 득이 될 수 없다.”

‘베테랑’ 이영표(34)가 일침을 가했다. 이영표는 2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가든플레이스에서 열린 MLS(미국메이저리그사커) 밴쿠버 화이트캡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를 위한 자리에선 여러 가지 오해와 갈등이 빚어질 수 있지만 발전을 위해선 기다려야 한다”며 “자주 대표팀 감독을 바꾸는 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축구계의 조급증을 꼬집었다. 은퇴 후 진로를 행정가로 꼽은 이영표는 “당장 K리그 복귀보다는 좀 더 공부를 해서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며 미국 진출 배경을 밝힌 뒤 대표팀 경질과 기술위원회의 독립성 등 요즘 한국 축구의 세태에 대해 뼈있는 지적을 했다.
● 잃어버린 1년 6개월

조광래 전 감독의 경질 사태에 대한 이영표의 생각은 명쾌했다.

“조 전 감독님도 그렇고, 대한축구협회 선배들도 그렇고, 모두 한국 축구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 오해와 갈등도 있었지만 발전의 한 과정이다. 다만, 자주 대표팀 사령탑이 바뀌는 건 재고해야 한다. 세상에 어떤 팀도 계속 이길 수는 없다. 위기를 극복했을 때 성장하는 법이다. 하지만 우린 또 기다리지 못했다.”

한일전 패배 이후 스포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영표는 “위기가 아니다. 모든 게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감독은 경질됐다.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당시 이영표는 트위터에 “더 이상 축구 인들은 팬들에 기다리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글을 남겼다.

이영표는 “남아공월드컵 이후 1년 반이 지났다. 그리고 최강희 감독님이 부임했다. 브라질월드컵까지 4년 중 2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대표팀은 늘 성적 부진과 나쁜 경기력 등 위기가 따른다”면서 “대표팀 감독에게는 최소 4년의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허정무 감독님도 히딩크 감독님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잘 극복했고, 좋은 성과를 냈다. 감독 교체 등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 기술위원회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

협회 기술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명했다. 조 전 감독의 경질 및 최강희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기술위의 역할은 극히 적었다. 심지어 두 감독의 운명이 결정됐다는 것조차 모르는 기술위원들이 상당수였다. 기술위원회의 한계가 분명했다.

이영표는 “기술 파트(part)는 협회와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게 기본이다. 단, 기술위원회의 존재가 대표팀만을 위한다는 인식은 바꿔야 한다. 대표팀 성적에 기술위원회가 좌우되는 건 옳지 않다. 대표팀만이 기술위원회의 모든 역할이 아니다. 좋은 지도자 배출과 교육, 유소년 프로그램,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 계속 책임을 부과하다보니 인내하지 못하고 감독만 교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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