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성근 감독 “내 인생 마지막 행운… 無에서 有창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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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원더스 어제 창단식

선수 43명 꿈 향해 무한경쟁

미치도록 야구가 좋았다. 야구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다. 그러나 프로의 문은 높았다.

김진웅(19)은 추신수(29·클리블랜드) 같은 선수를 꿈꿨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 고교 때까지 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2009년 8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결국 영동대 스포츠지도자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을 바친 야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

2년 세월을 아쉬움으로 보낼 즈음 새로운 기회가 왔다. 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지난달 트라이아웃을 실시한 것. 김진웅은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그와 비슷한 처지였던 42명과 함께 2일부터 전북 전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최종 멤버 30여 명에 포함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무한 경쟁이다.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인 고양 구단이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관에서 창단식을 열었다. 김성근 전 SK 감독이 초대 사령탑을 맡아 이 외인 구단을 이끈다. 김 신임 감독은 “야구인으로서 현장을 떠날 때가 왔지 않나 했는데 다시 이런 기회가 온 게 내 인생에서 마지막 행운이 아닌가 싶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이날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 요청 공세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여전했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사재를 털어 야구공 3500여 개를 고양 구단에 선물했다. 김 감독은 “총재가 야구공을 많이 준 것은 연습을 열심히 시키라는 의미로 알고 있겠다”고 화답했다.

고양은 내년 시즌 퓨처스리그(2군) 각 팀과 번외로 48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프로야구 공식 기록으로는 남지 않지만 흙 속에 묻힌 진주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은 또 새로운 시도를 한다.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남미 등 해외 선수들도 받을 예정”이라며 “프로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다시 프로에 진출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위원은 “독립야구단이 야구의 파이를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우리 야구가 산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내년 1월에 일본실업팀 및 독립팀과 11경기를 잡아놨다고 했다. 상대가 누구든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양=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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