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공로상으로 꽃이 피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2월 9일 07시 00분


제자들 보호하려다 숨진 고 전인택감독 딸 대리수상

딸 전예린(16·사진) 양의 표정은 의젓했다. 아버지 대신 수상대에 오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수줍음 가득한 앳된 얼굴을 드러냈다. ‘2011 야구인의 밤’이 열렸던 7일 서울가든호텔. 전 양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故) 전인택 연현초등학교 감독의 공로상을 대리 수상했다.

전 감독은 지난 5월 15일에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차량을 멈춰 세우려다 머리와 허리를 크게 다쳐 숨졌다. 그 아래에 모여 있던 제자들과 학부형들을 보호하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 ‘스승의 날’ 축하 꽃다발을 안고 환히 웃던 전 감독의 모습은 그렇게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필리핀에서 유학 중이던 전 양은 아버지의 사고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이틀 후면 필리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아빠였다. 함께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던 터라 충격은 더 했다. 황급히 비행기 티켓을 구하려 애써봤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장례 마지막 날이 돼서야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거칠지만 따뜻했던 손길이 여전히 생생한데, 차갑게 식어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와락 울음이 터졌다. 그렇게 아버지와 이별 했다.

전 양은 “아버지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가 특히 많이 그리워 한다”고 했다. 어머니와 두 동생을 먼저 생각하는 전 양의 당찬 모습. 하지만 아버지의 상패를 들고 시상식장을 나서는 맏딸의 뒷모습은 유독 쓸쓸해 보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박상준 인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