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폰서 “월드컵 탈락땐 알거지…감독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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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7시 00분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왼쪽)과 김진국 전무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조광래 대표팀 감독 경질 공식 발표를 하고 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왼쪽)과 김진국 전무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조광래 대표팀 감독 경질 공식 발표를 하고 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조광래 감독 경질 3대 미스터리

조광래 감독의 경질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혹투성이다. 축구협회는 한 밤에 심야작전을 개시하듯 속전속결로 조 감독을 내쳤다. 이 과정에서 협회가 왜 이렇게 전격적으로 조 감독을 경질할 수밖에 없었는지 각종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1. 스폰서 압력?
축구협회 “스폰서 ‘감독 경질문제’ 제기 사실”


협회 스폰서의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설이 있다. 협회는 각종 스폰서로부터 수백 억 원 대의 현금과 현물을 후원받고 있다. 협회가 1000억원 가까운 연간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것도 다 스폰서 덕이다. 만에 하나 월드컵 본선에 떨어지면 스폰서가 줄줄이 끊길 것은 당연지사. 이에 대비해 협회가 스폰서에만 의존하지 않는 재정 구조를 꾸려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조광래호가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 패해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알거지 신세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말이다.
황보 위원장도 이런 사실을 시인했다. 황보 위원장은 8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저는 다년 간 행정직도 해봤다. 스폰서도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도 문제 제기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해서 되느냐는 직설적인 이야기도 있었고, 빨리 변화를 줘야 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스폰서가 대표팀 해임 여부에 관여하는 한국 축구의 비참한 현실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 협회의 언론플레이?
황보관 기술위장, 해임 통보 전 방송사 인터뷰

협회가 방송사에 언론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방송사와 협회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방송사가 협회에 지불하는 A매치 1경기 평균 중계권료는 7억5000만원 수준이다.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방송사의 피해가 크다. 만에 하나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다면 치명타다. 방송계 인사는 “허정무 전 감독이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연이어 졸전을 벌일 때도 당시 본선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대표팀 흔들기에 나선 적이 있었다. 그 때 조중연 회장이 방송사를 찾아가 ‘허 감독이 경질되면 더 상황이 악화된다. 허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방송사와 협회, 한국축구가 모두 사는 길이다’고 무마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방송사와 협회 그리고 대표팀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번에는 정반대로 협회 고위급 인사가 직접 KBS에 경질 가능성을 흘리는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정황 근거가 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7일 저녁 조 감독을 만나 직접 해임 의사를 전달하기 전 KBS와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이미 조 감독 경질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KBS는 조 감독 경질을 보도하며 황보 위원장의 코멘트까지 내보냈다. 황보 위원장은 조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오늘 밤 KBS 스포츠뉴스에 경질 보도가 나갈 것이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3. 회장선거 경쟁자 견제?
'야권 허승표측 인물인 조 감독 제거' 추측

2013년 1월로 예정된 차기 축구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강력한 후보인 허승표 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설도 있다. 사실 조 감독은 대표적인 야권 인사로 협회 반대파에 속한다. 특히 지난 회장 선거에서 조중연 현 회장과 경선을 치르다 낙선한 허 이사장과 밀접한 관계다.
작년 7월 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 이런 이유로 조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예상을 깨고 사령탑에 올랐다. 협회는 초기에는 조 감독과 예전의 불편한 관계를 회복하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결국 조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설이다. 내년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반대파와 가까운 조 감독을 경질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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