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가 기다린다”…무위로 끝난 부산찬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7시 00분


■ 부산 라커룸에선 무슨 일이…

단 한 번의 승부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었다. K리그 6강 챔피언십이 시행된 이후 부산이 가을잔치에 초대된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유난히 무명 선수가 많았기에, 더욱이 승부조작 파문으로 주전 수비수들이 대부분 증발했기에, 부산의 PO 진입 자체만으로도 놀랄만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수원전을 앞둔 부산의 라커룸은 비장했다. 부산 안익수 감독은 팀 미팅 때 “새로운 역사가 너희를 기다린다. 열정으로 너희들의 발전을 직접 확인해보자. 멋진 행보를 지금 시작해보자”고 투지를 불태웠다.

체력 보충을 위해 초콜릿을 섭취하고 파이팅을 외치며 맞은 전반전. 최선을 다하고도 추가시간에 상대 공격수 하태균에게 첫 골을 내줬지만 하프타임 라커룸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따뜻한 차와 바나나 등을 챙겨먹고, 간단한 찜질을 받는 선수들을 향해 부산 코칭스태프는 “실점 순간은 잊어라. 너희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시간을 집중 할애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전술 지시는 부차적인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지에서 서울을 잡은 울산처럼 또 다른 이변을 꿈꿨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필드를 나오는 부산 아이들(안 감독은 늘 선수들을 ‘우리 아이’라고 불러왔다)의 눈가에는 이슬이 촉촉했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경찰청 입대를 앞둔 양동현이 가장 많이 울었다.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스타는 중요한 순간 빛을 발한다”던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미안함의 의미였다.

안 감독은 “충분히 잘했다. 올해의 주인공은 바로 너희들”이라고 했지만 패배의 여운은 기대감 못지않게 짙기만 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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