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회 언제 또…” 꿈을 향해 슛!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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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일반인 7명 드래프트 열띤 현장

“왜 안 뛰어? 자신감을 잃었어?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지 몰라. 죽기 살기로 뛰어야지.”

프로농구 KCC 2군 배길태 코치가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선수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건넨다. 배 코치는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국내 일반인 드래프트에서 2군 연합팀과 경기를 치른 일반인 참가자 팀 감독을 맡았다.

프로농구선수를 꿈꾸며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기 위해 1분이라도 더 뛰려고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배 코치가 코트에 나가 뛰라고 해도 머뭇거리면서 나중에 뛰겠다는 참가자가 있다. 배 코치가 묻는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 보니까 기가 죽었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드래프트에 참가한 김상우(19)는 대답이 없다. 그냥 다른 참가자들이 뛰어다니는 코트만 멍하니 쳐다본다.

올해 2월 고교를 졸업한 김상우는 선수로 뛰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중고교 때 선수가 되고 싶어 농구부가 있는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지만 “안 되겠다”는 얘기만 들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특수체육교육과를 택했지만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1학년도 못 마치고 중퇴했다. 지금은 헬스트레이너로 일한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드래프트에 나서 꿈을 이뤄보려 하는데 경쟁자들의 실력을 보니 머릿속이 하얘졌던 모양이다.

몇 분 뒤 배 코치가 다시 한 번 김상우에게 나가서 뛰라고 한다. 이번에는 코트로 들어간다. 열심히 뛰어다니던 김상우가 볼을 잡았다. 드리블을 한다. KCC 소속인 2군 연합팀의 배경환이 김상우의 볼을 빼앗으려 한다. 김상우가 다른 곳으로 패스를 하자 잠시 후 배 코치는 배경환에게 들릴 듯 말 듯 “빼앗지 마”라고 얘기한다.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김상우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경기를 마친 김상우에게 “뛰어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코트 안에서 뭘 해야 될지 몰랐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들과 실력 차가 많이 나는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늦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는 “그 키로 무슨 농구를 하냐”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태평양을 건너온 민경세(21)도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대 3학년인 그의 키는 171cm다. 국내 프로농구 최단신인 동부의 안재욱(175cm)보다 4cm가 더 작다.

7명의 참가자 중 일본 도카이대에 다니고 있는 김우진(27)과 미국 샌타모니카시티칼리지를 졸업한 표관수(24), 경희대 주현수(21) 등 3명이 심사위원들의 낙점을 받아 2012년 1월 31일 열리는 국내 선수 드래프트에 나갈 수 있게 됐다. 김우진은 일본 규슈 리그 우수선수 출신이고 표관수는 지난해에도 일반인 드래프트를 통과해 국내 선수 드래프트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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