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km지옥의 산악코스 자전거 레이스… 100kg 비만 -10년 관절염 과거가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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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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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크로커다일트로피’ 완주 김기중 씨의 역전 레이스

작렬하는 태양 아래 흙먼지 속을 달리고 있는 김기중 씨. 약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그가 험하기로 유명한 산악자전거 레이스 ‘크로커다일 트로피’에서 10일간의 극한 레이스를 완주했다. 김기중 씨 제공
작렬하는 태양 아래 흙먼지 속을 달리고 있는 김기중 씨. 약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그가 험하기로 유명한 산악자전거 레이스 ‘크로커다일 트로피’에서 10일간의 극한 레이스를 완주했다. 김기중 씨 제공
체감 온도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바짝 마른 숲에 불이 붙었다. 연기와 불꽃 옆을 달렸다. 땅에서 튀어 오른 돌은 무릎을 강타했다. 온몸으로 흐른 땀에 마른 흙먼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타는 목마름 끝에 다다른 강물. 뛰어들려 했더니 ‘악어 조심’이라고 써 있었다. 정글과 진흙탕, 모래밭과 계곡을 건너고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대를 10일간 달린 뒤에야 경주는 끝났다.

물집이 터진 손바닥과 욱신거리는 무릎을 견디며 1200km를 달려온 흙투성이 김기중 씨(38)는 자전거에서 넘어져 쓰러지듯 골인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험하다는 산악자전거 레이스 ‘크로커다일 트로피’는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선수들은 극심한 체력 소모로 달리던 도중 코피가 터져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달렸다. 출전 선수의 약 5분의 1이 중도에 포기했다.

김 씨는 고등학생 때까지 100kg이 넘는 비만이었다가 대학 시절 지독한 감량으로 몸의 면역체계가 무너졌다. 그 부작용으로 관절염을 앓았다. 이후 발과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19일부터 28일까지 호주 퀸즐랜드 일대에서 열린 제17회 크로커다일 트로피를 완주하고 최근 귀국했다. 하루에 82∼189km를 달렸다. 전체 65명의 완주자 중 43시간39분5초로 32위를 했다. 그는 국가대표 출신 최진용(28) 박창민 씨(25)와 함께 출전했으나 두 선수는 컨디션 난조로 중도에 포기했다. 최 선수는 막판 불꽃 튀는 레이스로 현지 언론에도 크게 소개됐으나 무릎이 좋지 않아 그만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네덜란드의 예레운 불런(32)이 34시간50분14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김 씨는 6월 4810km 구간의 미국 횡단 자전거 레이스(RAAM)에서 이형모 씨(32)와 함께 8일간 달린 끝에 50세 미만 2인 팀 부문 1위를 했다. 김 씨는 “RAAM과 크로커다일 트로피 대회를 모두 완주한 사람은 아시아인 가운데 최초”라며 자부심을 표현했다.

김 씨는 2007년 경북 울진 산악자전거 행사장에서 60대 노인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지나 관절염이 낫는 기쁨을 맛봤다. 이후부터 그의 폭풍질주가 시작됐다.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에까지 나섰다. 김 씨는 “20대 초반부터 10여 년을 약 없이는 고통 없이 걷지 못했다. 걷고 싶다는 갈망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했다. 사업가인 그는 2014년 이전에 다시 RAAM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두 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이 가정과 사회에서 살아가는 큰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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