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리포트] 동지에서 적으로…한문연 코치의 얄궂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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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7시 00분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한문연 배터리 코치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하루 앞둔 15일 밤 부산 숙소에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자정을 지나 날이 바뀔 즈음,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나는 갈매기’가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멀거니 끝까지 봤다. 보고 나니 “어쩐지 찡한 기분”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배경은 자신이 배터리 코치로 몸담던 시절의 2009년 롯데였다. 한 코치에게 롯데는 청춘과 인생을 다 바친 이름이다. PK(부산·경남) 토박이인 한 코치는 1961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오직 그 공간에서만 성장했다. 동아대를 나와 1983년 롯데에 입단했다.

당시 롯데에는 심재원(작고)이라는 국가대표 출신 포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문연은 롯데의 안방을 거의 절반씩 도맡았다.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당대의 에이스 최동원(작고) 덕분이었다.

최동원은 연배가 한참 위였던 심재원보다 두 살 아래인 한문연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는 것을 선호했다. 덕분에 거의 전담포수와 같은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은 방까지 같이 썼다.

전성기 최동원의 레퍼토리는 강속구 외에 커브와 슬라이더였는데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 블로킹을 잘해줘 궁합이 맞았다. 화룡점정은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롯데는 1984년, 1992년 두 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1984년은 포수로, 1992년은 코치로 우승했다. SK로 잠깐 떠났던 2002년만 제외하고 작년까지 롯데 한팀밖에 몰랐다.

이런 그가 팀을 옮겼고, 이제 적으로서 사직구장을 방문했다. 1차전을 앞두고 한 코치는 “적응이 안 된다”며 1루 롯데 덕아웃을 웃으며 바라봤다. 그러나 바로 “지금은 SK의 우승만 생각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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