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부상’ 로페즈의 절규…“나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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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7시 00분


LG가 4강 진입에 사활을 걸고 깜짝 뉴스를 거듭 토해냈어요. 7월의 마지막 날 김기태 2군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임명하더니 잠시 후에는 넥센과 ‘초읽기 빅딜’까지 성사시켰어요. 과연 LG가 팬들에게 9년 만의 가을잔치를 선사할 수 있을까요. 예사롭지 않았던 7월 마지막 주의 야구계의 동향을 롤러코스터 위에서 조망했어요.

송신영, 짝꿍 문성현과 인연은 쭈욱∼

○36번으로 얽힌 문성현과 송신영 ‘너는 내 운명’

7월 31일 경기를 마치고 막 구단 버스에 올랐을 때였어요. “(문)성현아, 열심히 해라. 나, 간다.” 처음에는 그냥 ‘아…. 선배가 2군에 내려가시나 보다’ 생각했대요. 강진에 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니, 까마득한 후배가 무슨 할 말이 있었겠어요. “네, 선배. 몸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한참 지나 저녁식사 자리에서야 알았대요. 이별의 실체를요.

문성현과 송신영은 열다섯 살 차이의 룸메이트였어요. 문성현이 1군에 올라온 지난 시즌 전반기부터 1년 넘게 한 방을 썼어요. 무뚝뚝한 인상의 송신영이지만 문성현에게는 남다른 애정을 표현해왔어요. ‘방졸’에게 직접 라면을 끓여주고, 인터뷰 때마다 ‘될 성 부른 후배’로 언급했어요. 투수로서 작은 체구, 유연한 몸과 부드러운 폼, 마운드 위에서의 대담함. 나이차를 빼면 공통분모가 많은 두 투수였거든요.

문성현은 “선배님으로부터 그립, 다치지 않고 던지는 요령 등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어요. 그랬던 선배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니, 문성현의 마음도 뭉클했겠지요. 선배는 다음날 “더 잘 해줬어야 하는데…. 그간 미안하다. 다치지 말고…”라는 말을 남기고, 대구에서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대요. LG 유니폼을 입은 송신영의 등에는 36번이 새겨져 있었어요.

히어로즈 시절에 달던 19번은 이미 주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네요. 아직은 어색한 새 옷이지만, 등번호 만큼은 낯설지 않아요. 공교롭게도 36번은 문성현의 등 번호거든요. 송신영은 “구단에 따로 얘기한 것도 아닌데 36번을 받게 됐다”고 했어요.

역시 둘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짝이었던 걸까요? ‘남이 아닌 남이 되어버린 지금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나의 마음은 퇴색하기 싫어하는….’ 문성현은 “언젠가 선배님과도 멋진 경기를 한 번 펼쳐보고 싶다”며 웃었어요.

모 해설위원 입방아, KIA엔 속 터질 소리

○KIA가 삼성을 봐줬다?

숨 가쁘게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과 KIA가 후반기 첫 3연전부터 마주쳤어요. 7월 15일 대구에서 KIA 에이스 윤석민에게 1안타 완봉승을 헌납한 적도 있는 터라 삼성은 광주 원정을 앞두고 내심 불안해했죠.

류중일 감독은 아예 “1승2패면 다행, 2승1패면 만족”이라며 호랑이굴로 들어간 공포심(?)을 감추지 않았고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KIA가 마운드 형편상 원투펀치 윤석민과 로페즈를 등판시키지 못하면서 삼성이 3연전을 싹쓸이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KIA가 삼성을 봐줬다’는 거예요. 모 해설위원이 유포자예요.

“조범현 감독이 류중일 감독과 ‘절친’ 아니냐”며 “다른 팀에서 보면 몹시 불쾌한 상황”이라는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이면서요. 당사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만해요. 시즌 내내 부상자가 끊이질 않고 있는 KIA 입장에선 속 터질 소리고요.

로페즈의 경우도 7월 17일 대구 삼성전 2회 투구 도중 옆구리 부상을 당한 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7월 29일 광주 넥센전에서도 고작 2이닝만 던지고 강판됐거든요. 안 그래도 그 해설위원은 KIA에서 기피대상인데요. 중계차 내려오면 구단 직원들이 시중을 들어야 할 정도로 입맛이 까다롭다네요.
2이닝만에 교체된 슬픔 담긴 한 마디

○로페즈의 한국어 절규



7회에 내려오면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구나’, 6회 강판이면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라는 소리를 듣던 ‘이닝소화능력계의 거두’, ‘대식가’ 로페즈가 부상을 당했어요. 7월 29일 광주 넥센전에서 로페즈는 단 2이닝만 던지고 교체됐어요.

늑연골 염증부종으로 진단을 받았는데요. 2주 정도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대요. 그날 로페즈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순간, KIA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동시에 로페즈가 사라진 덕아웃 뒤쪽을 바라봤어요. 이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로페즈가 한 마디 정확한 한국말로 “나 안 좋아!”라고 외쳤거든요.

롯데 사도스키는 통역 없이 우리말 한다고 하지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로페즈는 사실 영어도 제2외국어예요. 제3외국어 한국말을 배우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한국어는 간단한 인사말, 최소한의 의사소통이 전부예요. 그 중 필수 단문이 “좋아”와 “안 좋아”인데요. 로페즈는 평소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이 높은 만큼 책임감도 강해요. 한번 마운드에 올라가면 온 힘을 다해요. 부상 때문에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하는 순간, 통역을 통하는 대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토해낸 절규였어요.

총재 선임 둘러싼 날선 신경전 팽팽

○구단주급 인사가 KBO 총재로? 난 반댈세!


요즘 한국야구위원회(KBO) 차기 총재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LG 구단의 고문을 맡고 있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장에선 특정 구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후보가 지목되고 있는 사실만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KBO 총재는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는 중립적 인사여야 하는데 특정 구단과 유착돼 있으면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는 불안감 때문이죠. A구단 관계자는 현 사태에 대해 어떻게든 불만을 드러내고 싶었나 봐요.

왜 반대하는지 적절한 이유도 나름 많이 고민한 듯 보였고요. 결론은 “요즘 기업들이 글로벌화해 CEO가 해외에 자주 나가기 때문에 KBO 총재감으로는 어렵다”였어요. 최대한 우회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셈인데요. B구단 관계자 역시 “이사회에 제대로 참석할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해요. “구단주급은 안 된다”고 대놓고 반대하는 이도 있어요. 총재 선임을 둘러싼 날선 신경전이 야구장 안팎을 휩쓸고 있네요.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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