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클라크, 브리티시오픈골프 20번째 도전만에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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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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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하늘서 기뻐할 것… 집에 가 맥주 한잔하고 싶다”

《몇 해 전 영국의 한 잡지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골퍼와 동반 라운드를 하고 싶은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은 바로 대런 클라크(43·북아일랜드)였다. 푸근한 외모에 술 담배를 즐기는 모습까지 클라크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다. 그가 18일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 골프장(파 70)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18번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했을 때 갤러리들은 애정을 듬뿍 담은 박수를 보냈다.》

○ 클라크, 그리고 친구들

클라크의 사람 됨됨이를 보여주는 장면 하나. 5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투어 이베르드롤라 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가 항공사를 이용했다. 그 비행기에서는 음료수를 카트에 담아 팔고 있었는데 클라크는 우승 턱으로 탑승 승객 전원에게 음료수 하나씩을 돌렸다.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그를 어찌 안 좋아할 수가 있을까.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도 그는 “북아일랜드로 돌아가 기네스를 한잔하고 싶다. 나는 그냥 골프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했다. 팬들이 보내주는 성원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술을 좋아하고, 펍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팬들도 나를 그냥 평범한 녀석(bloke)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의 인생에선 시가도 빼놓을 수 없다. 골프 코스 안팎에서 담배와 시가를 빼어 무는 애연가인 그는 해마다 시가를 사는 데만 2만5000파운드(약 4262만 원)가량 쓴다.

○ 클라크, 그리고 우즈

클라크는 브리티시오픈 우승 전까지 유럽투어에서 13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회 우승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우승은 2000년 안데르센 컨설팅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나왔다. 그는 결승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맞붙어 4홀 차 완승을 거뒀다.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에 나섰을 때 그가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인물은 다름 아닌 우즈였다. 부상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우즈에게 클라크는 “첫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앞뒀을 때 중압감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문자를 보냈다. 우즈 역시 문자메시지로 답장을 보냈다. 클라크는 “우즈와 나의 사적인 문제”라며 우즈의 조언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브리티시오픈 20번째 출전 만에 처음 이뤄낸 클라크의 메이저 대회 우승 뒤엔 우즈의 조언도 한몫한 듯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111위였던 그의 세계 랭킹은 30위로 81계단이나 뛰어올랐다.

○ 클라크, 그리고 미켈슨


최종 4라운드에서 막판 추격을 펼친 끝에 공동 2위에 오른 필 미켈슨(미국)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클라크의 아내인 헤더는 2006년 8월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켈슨의 아내 에이미도 현재 유방암으로 투병 중이다.

미켈슨은 “클라크와는 몇 번이고 몇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의 조언은 내게 큰 힘이 됐다. 많은 선수가 클라크의 우승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클라크는 지난해 12월 미스 북아일랜드 출신 앨리슨 캠벨과 약혼했지만 세상을 떠난 헤더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클라크는 “헤더는 아마 하늘 위에서 나를 자랑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우승은 두 아이를 위한 것이다. 아이들도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며 가족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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