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G정성훈, 4차원 요술 방망이 LG의 희망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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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7시 00분


베이스볼 피플 | ‘여름 사나이’ 정성훈

그라운드 안팎 돌출행동…동료들 웃음 팡팡
올시즌엔 3할2푼대 고감도 타율로 활력 톡톡
장마·부상·무더위에도 방망이 여전히 소핫!
결혼 약속한 내반쪽, 그녀에게 PS를 바친다


LG 정성훈(31)은 ‘4차원의 사나이’로 통한다. 누구도 예상 못한 돌출행동으로 동료들에겐 활력소, 야구장을 찾은 LG팬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익살꾼. 그런 그가 이번엔 ‘4차원 방망이’로 LG에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18일까지 타율 0.323(248타수 80안타). 당당히 타격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병규(0.354)에 이어 팀내 2위다.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딛고 올시즌 마침내 ‘소리 없이 강한 정성훈’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뜨거운 여름, 그리고 뜨거운 방망이

요즘 LG 타자 중에서 가장 믿을 만한, 가장 기대를 걸게 만드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정성훈이다. 특히 6월 19경기에서 0.361(61타수 22안타)의 고타율을 올리더니 7월에는 한술 더 떠 11경기에서 0.400(40타수 16안타)의 폭발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의 타격감은 KIA에서 현대로 트레이드된 첫해인 2003년을 연상시킨다. 그해 8월초까지 타격왕 경쟁을 했다. 그러나 8월 3일 대구 삼성전에서 외국인투수 라이언 글린의 투구에 왼쪽 손목을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0.343의 고타율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규정타석 미달. 그 이후 한동안 그는 몸쪽 공에 두려움을 느꼈다. 적극성이 떨어지면서 타율도 덩달아 떨어졌다. LG 이적 첫해인 2009년 3할(0.301)로 올라섰지만 지난해에는 발목과 허리 부상으로 0.263으로 추락했다.

그는 “여전히 타율은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내 통산타율 비슷하게 2할8푼∼2할9푼이면 만족한다. 찬스에서 타점을 좀 더 올렸으면 좋겠다”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LG 타순의 마당쇠다. 부상자가 발생할 때마다 이리저리 타순을 옮겨 다니고 있다. 올시즌 4번과 8번을 제외하고 모든 타순에 기용됐다. 최근에는 테이블 세터로 나서기도 했다.

기나긴 장마에도, 갑작스런 엉치뼈 부상에도

6월부터 타격이 상승 그래프를 그렸지만 그는 두가지 악재를 만났다. 첫 번째는 6월 말부터 진행된 기나긴 장마. 슬기롭게 헤쳐나왔다. 최근에는 8일 잠실 KIA전에서 도루를 하다 뜻하지 않게 당한 엉치뼈 부상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몸을 좌우로 움직일 때는 상관없지만, 앉거나 일어설 때가 괴롭다. 수비와 주루플레이를 할 때는 고통이 수반된다.

그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14일 잠실 SK전에 앞서 엉치뼈 부근에 진통제 주사까지 맞고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경기가 취소돼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5시간이나 이동하면서 엉치뼈 통증이 다시 도졌다. 결국 15일 사직 롯데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16일에도 처음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런데 훈련을 해보니 참고 뛸 만했다. 정성훈 없는 LG 타선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LG로서는 천군만마. 박종훈 감독은 처음에 썼던 라인업을 부랴부랴 수정했다. 그러나 경기 도중 그의 얼굴은 연신 일그러지면서 다시 교체됐다. “부상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야죠. 이제 엉치뼈 통증은 거의 나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다른 선수들과 달리 18일 홀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그의 목소리가 밝아져 있었다.

초심의 16번, 목표가 돼 준 여자친구

정성훈은 올시즌 16번을 달고 뛴다. 16번은 2003년 KIA에서 현대로 이적하면서부터 달았던 번호였다. 그러나 2009년 LG 이적 후 투수 이재영의 번호여서 그는 59번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난해 이재영이 SK로 이적하면서 16번을 되찾았다. “작년에 이상하게 안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16번으로 바꿨어요. 현대 시절 나를 키워준 번호잖아요. 아무래도 16번을 달고 나니 초심을 되새기게 되더라고요.”

서용빈 타격코치는 “경기 전에도 항상 일찍 나와 준비를 한다. 훈련 시간에 맞춰 나오는 선수는 허둥지둥하게 마련인데, 여유 있게 준비하면서 더욱 안정을 찾고 있다”며 성실한 정성훈을 대견스러워했다.

목표도 생겼다. 내년 시즌 후 결혼 계획을 세운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는 이진영 아내의 후배로, 지난해 우연히 만나 미래를 약속했다. 그가 야구장에서 돌출행동을 하면 여자친구도 “팬들이 왜 4차원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며 웃지만, 평소엔 진지하고 속 깊은 정성훈의 매력에 빠진 모양이다. “이제 보고 있는 사람이 하나 더 늘었잖아요. 누군가를 책임져야한다, 가장이 돼야한다는 생각.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그는 하나의 목표가 더 있다. 바로 팀의 가을잔치 참가다. 현대 선수 이미지가 남아 있어 LG 선수 중에서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것 같아도, 사실 그도 2006년이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기 때문이다. “5년이나 지났어요. 이젠 가을에 좀 심심해요. 가을에도 야구를 하고 싶네요.” 정성훈은 부상자 속출로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LG에 희망의 동아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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