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 아, 스승님!…한발 늦은 곰들의 속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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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5일 07시 00분


김경문 감독 쓰던 의자 빈자리 남겨둬
굳은 표정의 선수들 묵묵히 훈련 전념

김광수 감독대행 “자신의 플레이 하라”
김현수 3점포 등 정신무장 효과 나타나

14일 넥센-두산전이 열린 잠실에서 한 남성 팬이 김 감독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잠실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14일 넥센-두산전이 열린 잠실에서 한 남성 팬이 김 감독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잠실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김경문 감독 사퇴 그 후…심기일전 하는 두산

두산 김경문 감독(사진)의 자진사퇴 하루뒤인 14일, 잠실구장 두산쪽 라커룸은 고요했다. 김 감독이 지난 7년간 사용했던 감독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김 감독은 13일 사퇴 발표와 동시에 구단 매니저를 통해 자신의 짐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두산 선수들은 이날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훈련에만 임했다. 말도 아꼈다. 김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광수 감독대행 역시 입을 여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감독실의 감독의자에는 앉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이는 덕아웃에서도 마찬가지였다. OB 시절부터 30년 지기인 김 감독에 대한 예우차원으로 보였다.

김 감독대행은 “김 감독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죄송하다”며 “어제(13일) 통화를 했는데 ‘나중에 만나서 소주 한 잔 하자. 파이팅 하시라’는 말만 하시더라. 감독이 참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아쉬운 건 2004년 감독 계약과 함께 지금까지 동고동락해온 김승영 단장도 마찬가지였다. 김 단장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얼굴 붉히거나 좋지 않게 헤어진 게 아니어서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물론 떠난 자가 아쉬워도, 남은 자는 남은 갈 길을 가야하는 법이다. 김 감독대행은 가장 먼저 코치진을 재구성했다. 자신이 빠진 3루 작전코치 자리에 김민호 수비코치를, 1루 주루코치 자리에는 신경식 타격코치를 배치했다. 신 코치는 수석코치를 겸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외의 기본 틀은 기존 김 감독의 방식을 그대로 놔둔다.

김 감독대행은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 원래 야구는 잘 던지고 잘 치고 잘 뛰면 된다”고 못박고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단을 향해서는 “선수들의 투지와 끈기가 필요한 시기다.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뛸 각오를 해야 한다”며 “선발진도 있는 선수로 구성해야 하고 부상 선수들도 많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싸워만 준다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힘이 있다. 수석코치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실수는 해도 판단미스는 하지 마라’였다. 선수들 스스로 판단력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경기 전 가진 선수단 미팅에서도 “너희들이 마음 안 좋은 거 잘 알지만 감독님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하신 일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결과는 내가 책임지니 최선을 다해 자신의 플레이를 펼쳐라”고 주문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이날 넥센전에서 1회부터 김현수의 3점포로 선취점을 뽑더니 이후 1점차로 따라잡힌 6회 도망가는 추가점수를 뽑아냈다. 퇴출위기까지 몰렸던 페르난도도 비록 3실점하긴 했지만 한국 땅을 밟은 이후 가장 좋은 내용의 피칭을 보였다.

잠실 |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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