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쉿! 사실은 풋살대표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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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6일 07시 00분


조광래호 깜짝스타 축구인생

전주고때 고학…강원길감독이 은인
전형적 멀티 플레이어 기술 뛰어나
대학땐 풋살 태극마크 亞대회 참가
가나전 고향 전주 설레는 금의환향

김영권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스타로 떠올랐다. 3일 열린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펼치며 달려가는 김원권. 상암|국경원 기자 (트위터 @k1sonecut) onecut@donga.com
김영권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스타로 떠올랐다. 3일 열린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펼치며 달려가는 김원권. 상암|국경원 기자 (트위터 @k1sonecut) onecut@donga.com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3일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 포함 1골 1도움을 올리며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김영권(21·오미야)이다.

득점 장면은 그림 같았다. 차두리가 오른쪽을 돌파해 패스를 내주자 어느 틈엔가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이 왼발 땅볼 슛으로 볼을 골문 반대편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A매치 4번째 출전 만에 터뜨린 데뷔 득점. 전반 박주영의 골을 도운 날카로운 크로스도 일품이었다. 김영권은 스타 대접을 받았다.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가 쇄도해 몇 차례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이영표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웠다’는 극찬도 잇따라 나왔다.

김영권은 학창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묵묵히 땀을 흘린 끝에 영광을 거머쥐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김영권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공개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이겨내고


김영권은 어렸을 적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뒤 부모님은 든든하게 아들을 뒷바라지 했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때 큰 시련이 닥쳤다. 아버지가 하던 일이 잘 못 돼 집안형편이 어려워졌다. 부모님은 김영권을 전주에 둔 채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이 때 김영권을 바로 잡아 준 이가 전주공고 강원길 감독이다. 강 감독은 김영권이 해성중에 다닐 때부터 눈여겨보고 스카우트를 했다. 전주에 홀로 남은 그를 아들처럼 챙겼다. 강 감독은 스승인 동시에 부모였다. 해외 전훈비가 없어 고민할 때 여러 차례 봉투를 내민 이도 강 감독이었다.

강 감독은 “영권이와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이면 삐뚤어지는 경우가 많은 데 영권이는 구김살 없이 고비를 참 잘 넘겼다”고 말했다.

김영권도 강 감독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 종종 안부 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 시간 날 때면 모교를 찾는다.

강 감독은 세르비아 전이 끝난 뒤에도 김영권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데뷔 골의 칭찬보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 실수에 대한 지적이 먼저였다. 강 감독은 “아무래도 스승 입장이다 보니 칭찬보다 꾸짖음이 먼저다. 수비수는 절대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웃음 지었다.

김영권은 제주 홍정호(22)와 함께 ‘제2의 홍명보’로 불린다.넓은 시야와 기술, 영리한 경기 운영이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과 판박이다. 김영권은 홍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고교 3학년 때 홍 감독을 보며 국가대표 꿈을 키웠다. 강 감독이 제자들을 위해 자신과 프로 입단 동기인 홍 감독을 특별 초청했고, 즉석에서 강연이 이뤄졌다.

강 감독은 “홍 감독이 다녀간 이후에 영권이가 국가대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때 확실한 목표의식이 생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멀티 플레이어

김영권은 전형적인 멀티 플레이어다.

2년 동안 김영권을 지도했던 전주대 정진혁 감독은 “키가 크면 무게중심이 높기 마련인데 김영권은 자세가 낮고 위치선정이 좋다. 수비형 미드필더부터, 측면 수비, 중앙 수비까지 다 소화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학창시절 팀이 위기에 처하면 최전방으로 올라가 여러 차례 득점을 올렸다. 특히 왼발 킥이 좋아 프리킥 골도 곧잘 넣었다. 그는 지금도 소속 팀에서는 중앙 수비로, 대표팀에서는 왼쪽 측면 수비로 활약하고 있다.

김영권이 상당히 좋은 기술을 가졌음을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김영권은 전주대 2학년 시절 5인제 풋살대표팀에 뽑혀 아시아챔피언십에 출전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국내 최강 풋살 팀인 전주대를 지도하며 오랜 기간 풋살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정 감독은 “풋살 경기에서도 제 몫을 충분히 해 낼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금의환향

김영권은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가나와의 평가전이 남다르다. 그는 전주 토박이다. 전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이곳에서 졸업했다. 학창시절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재능을 아깝게 여긴 동문회나 향우회에서 여러 차례 도움을 줬다. 한 마디로 전주가 탄생시키고 키워낸 최고 스타다.

김영권의 금의환향에 동문회, 향우회부터 전북축구협회까지 잔뜩 들떠 있다. 7일 가나와의 평가전 때는 스타디움 한 쪽을 가득 메운 김영권의 대규모 응원단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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