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고교선수들까지 돈의 유혹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6월 3일 07시 00분


■ 아마축구도 불법 베팅 몸살

국내 불법 베팅 사이트 3500여곳
고교·대학선수들 무분별한 접속


프로축구에서 만연한 불법 베팅이 아마추어까지 불어 닥치고 있다.

챌린지리그(K리그 클럽 산하 고교 축구부 리그)에 출전 중인 축구 명문 A고교 B감독은 최근 측근으로부터 ‘학생 몇몇이 축구 베팅을 하는 것 같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곧바로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선수들 중 무려 7명 정도가 베팅 경험이 있다고 B감독에게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불법이다. 미성년자인 학생은 스포츠토토 이용을 위한 회원 가입이 안된다.

이들은 대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우후죽순 퍼져있는 불법 베팅 사이트였다. 국내에 난립해 있는 3500여 개 베팅 사이트 중 하나였다. 학생들은 동료들과 사이트 정보를 공유했다.

엄포를 놓고 해당 선수들을 혼쭐 낸 B감독은 “설마 했지만 (불법 베팅이) 이렇게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침투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이라고 안전한 곳은 아니다. 어쩌면 프로 진출을 앞뒀기 때문에 훨씬 심각하다.

K리그에서 뛰다 지금은 해외 하위 리그에서 공을 차고 있다는 C씨는 최근 흥미로운 이메일을 보내왔다.

상당수 대학 선수들이 자신의 계좌를 만들어 사설 불법 베팅에 참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바카라 등 온라인 도박에 빠져 있는 선수들도 꽤 있다고 했다. 이미 미성년자 신분을 벗어나 행동에 제한이 없고, 베팅 역시 합법과 불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 에이전트는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 중 상당수가 빚이 있다. 등록금 없이 체육특기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는데, 돈에 왜 쪼들리겠는가. 일부 중독자들은 프로 선배들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여기에 내년부터 대학축구 U리그가 스포츠토토에 정식 채택된다는 얘기가 나오자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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