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정몽규 회장 일문일답 “암적 존재 제거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0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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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프로축구연맹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최근 불거진 프로축구 승부조작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회장은 먼저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K리그 수사사태로 국민 여러분과 팬 여러분께 실망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지금 사태는 심각하다.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드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를 맞아 한국 프로축구의 명예를 걸고 제가 앞장서서 승부조작이나 불법배팅 발본색원하겠다. 제살을 깎더라도 축구의 기본 정신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를 제거해야 한다. 어설픈 미봉책으로 정직한 선수들을 매도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 이번 비상사태를 맞아 정부 및 대한축구협회와 협력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근절하겠다.
소문으로만 돌던 조작이 나타난 것은 한국축구의 재앙이 됐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도약하고 지금과 같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연맹, 선수,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사정당국,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하는 것도 축구의 존폐위기를 불러온다. 최일선에서 선수들을 감독하는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를 맞아 다 함께 반성하고 K리그와 한국축구를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야 한다. 대중과 팬 앞에 나서는 축구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서 행동해야 한다.
이번에 벗어나지 못하면 언제든 같은 상황이 재발한다.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연맹은 관리 잘못에 대한 잘못을 통감하고 어떤 비판도 달게 받겠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선량한 사람과 관계자에 상처를 준다. 언론이 한 번 더 고민해주길 부탁한다. 검찰에서 수사기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연맹과 구단 모두는 수사에 적극 협력해 모든 비리가 벗겨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어떤 난관이 있어도 승부조작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다음은 일문 일답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탈리아는 승부조작에 관련된 팀을 2부 리그로 강등시키기도 했는데

"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경기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맹이 이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해결하기 위해 자기희생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어떤 대책을 마련 할 것인가.

"상당한 심각한 사태라고 생각한다. 미온적인 대책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대책이 필요하다. 검찰 수사 진행 중인데 수사 결과를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대책을 낼 예정이다. 갑자기 답을 내놓기는 힘들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많은데 충분히 이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맞춰서 최선의 방법을 내놓겠다."

(안기헌 사무총장) "시행 중인 리그 캠페인을 계속 시행하고 있다. 선수 지도자 연맹 등 핵심적인 사람들의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내일 축구인들 1000명이 참가하는 워크샵을 열 예정이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고민하겠다. 향후에 선수들이 느슨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을 예방하겠다. 이를 위해 제명과 중징계도 고려하겠다. 연맹과 협회의 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들고 공동 진상조사단을 꾸리겠다. 수사권이 없어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인터폴과 연계해 국제 수사가 가능한지 알아보겠다."

-원론적인 수준 아닌가. 구단이 감추고 있는 내용을 연맹이 어떤 식으로 감지하지 못하면 사후약방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조직을 늘리고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 등을 취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연맹이라는 것이 구단의 집합체여서 구단에 끌려 다닌다.

"사태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불법 승부조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는 것이다. 선수 지도자 의식전환도 중요하다. 그런 부분도 참고하겠다.

-많은 구단이 연루되어 있다. 더 큰 파장 예상된다. 검찰 수사 대규모로 확대되더라도 리그는 계속되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축구팬들을 위해서 꼭 리그는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사례도 비교 연구해봤는데 천재지변과 전쟁 등에만 경기가 중단됐다. 축구 경기가 중단된 적은 없다."

-불법 사행성 도박을 근절해야 한다. 선수들이 원론적으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김정남부총재) "오늘 오전에 문광부 스포츠토토, 진흥공단 등과 함께 회의를 했다. 우리 프로연맹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불법 사이트나 토토도 연관되어 있다. 심증은 가도 물증이 없으면 그런 것들을 확실히 얘기할 수 없다. 이제까지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안기헌 사무총장)"스포츠토토든 불법베팅이든 선수가 절대 참여해서는 안된다. 스포츠 토토는 유소년기금이나 좋은데 쓰이고 있지만 불법베팅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축구만 해당 되는게 아니라 다른 종목도 해당된다. 사설에서는 다른 종목을 상대로도 불법토토를 한다고 한다. 야구나 농구 등도. 들은 이야기다. "

-제명도 생각하고 있다는데 수사를 받고 있는 선수나 수사 대상 선수들에게 어떤 징계가 가해질 수 있는가.

"(상벌위원회 곽영철) 규정상으로는 36개월간의 출장 정지와 제명이 가능하다. 사실 축구관계자들이 돈을 받고 승부조작 한다는 것 상상도 못했다. 여러분들보다 내가 더 충격 받았다. 상벌위 운영하면서 불법토토라든지에 대해 관심갖고 뿌리뽑도록 하겠다."

-컵대회 무용론도 제기 되고 있다. 컵대회 중단 할 의사가 없는지

"컵대회를 충분히 경쟁력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사례가 있는데 컵대회 자체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면 해결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프로축구의 승부조작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나?

(김정남 부총재) "승부조작 확신 없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심증에 버금가는 역할을 했는지 지금 현재로는 이런 걸로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선수들을 교육하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다. 선수들의 의식변화도 중요하다. 개별적으로 필요하지만 연맹 최초로 모두가 모여서 논의하는 것도 좋다 .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적극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선수들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자율신고제도라든가 이런 것들을 확실히 하겠다. 승부조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의식전환과 더불어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다시 한번 자세히 경기하는 것을 리뷰한다든지하면 상당히 줄어드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블랙리스트라든가 구단들이 정보 공유했다는 정황 나오고 있다. 순수하게 그 자리에서 국민에게 사죄하고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명단을 내놓을 수 있나?

(안기헌 사무총장) "안 그래도 그런 기사를 보고 구단에 다시 한번 연락을 했다. 현시점에서 할 필요가 있지 않나. 구단들이 부정적 입장을 전해왔다. 선수들 명예가 있지 않나. 오해 받은 선수도 있고 했다."

(이재성 심판위원장)"2008년부터 수시로 양심교육 하고 있다. 3개월에 한번 수시 교육한다. 작년에는 각서도 받았다. 심판이 만약에 토토한다면 통장계좌, 통화내역을 연맹에 내놓기로 동의한다고 했다. 심판들은 연 2회 교육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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