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승부조작 선수 블랙리스트 10여명 나돌아”

  • Array
  • 입력 2011년 5월 27일 07시 00분


■ 브로커를 통해 본 승부조작 실태

K리그 노장급 감독들 서로 정보공유
조폭들 돈 빌려주고 승부조작 압박
“임무 게을리 해 엄청 맞았다” 소문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의 핵심 고리는 브로커다. 아울러 조직폭력배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사채까지 등장한다. 떠돌고 있는 소문을 알아본다.

● 문어발처럼 뻗은 브로커

사행성 불법 베팅에는 여러 명의 브로커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이들의 주 업무는 참여자를 수급해오는 일이다. 주로 안면이 있는 선수들을 암암리에 접촉한다. 물론 브로커는 인터넷 사이트를 기반으로 둔 불법 토토 업자들과 관련이 있다. 대개 한 명 이상의 선수가 문어발처럼 주위 동료들을 암흑세계로 끌어들인다.

대다수 시민구단들이 거론된다. 브로커들은 이들 구단을 집중적으로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특수한 처지의 모 구단까지 포함돼 있고, 지방의 한 기업 구단도 구설에 올라 있다.

이 중 시민구단 A에는 작년 말 방출됐던 B가 브로커의 조종을 받아 동료 3명을 꼬드겨 불법 베팅에 가담했다는 소문이 나돈다. 동료들 중 한 명은 상당한 실력을 지닌 공격수로 전해진다. C구단은 스타급 선수들의 명단이 오르내린다. 또 앞서 거론된 기업 구단은 코치진이 먼저 소문이 나돌았던 해당 선수들을 방출해 말썽을 사전에 제거했다. 반면, D구단은 베팅 연루 의혹이 있는 몇몇 선수들을 파악했음에도 일부 경기 출전 정지 정도의 처벌로 마무리했다.

이밖에도 일부 노장급 감독들에게 10여 명이 넘는 ‘영입 금지 선수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민구단이 시즌 개막에 앞서 한 선수를 영입하려다 의혹이 있는 것을 발견하곤 이적 건을 취소한 적도 있다.

● 사채와 조직 폭력배

사채와 조직 폭력배도 연루되어있다. 불법 베팅과 승부조작에는 ‘검은 돈’이 나오기 마련이고, 사채와 이를 뒤에서 받쳐줄 ‘해결사 주먹’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축구계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큰 규모의 조직보단 소규모 형태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베팅 여부는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E구단은 보유 선수 F가 타 구단으로 옮기기 전까지 대부업체로부터 “‘돈 갚으라’고 전하라”는 빚 독촉 전화를 수차례 받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에이전트는 “요즘 ‘선수 누가 승부조작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었다는 이유로 엄청 맞고 돌아왔다’ 등의 루머들이 계속 나온다. 선수가 ‘정말 맞았다’고 공개하지 않는 한 당연히 설에 그치겠지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지 않는다’는 옛 말은 분명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내는 선수들 중 다수가 빚을 진 경우가 많다. 2군 리그까지 손이 뻗혔다고 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속에 인생을 망치는 유망주들이 꽤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