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20일 은퇴를 선언한 여자농구 최고의 포인트 가드 전주원.
2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소담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코트 밖에서 후배들을 지켜보면 가슴이 시릴 것 같네요.”
예정된 일이었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27년간 누빈 코트였기 때문이다. 20일 두 번째 은퇴를 선언한 포인트 가드 전주원(39)의 마음이 그랬다. 전주원은 1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1년 계약을 하며 마지막 시즌이라는 뜻을 전했다. 시즌이 끝나자 구단으로부터 ‘다음 시즌 전반기는 쉬고 주요 경기만 뛰면서 1년 더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 학창시절 우상은 허재 강동희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전주원의 농구와의 인연이 궁금했다. 그는 “선일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농구부 합숙생활을 시작했는데 무척 고됐다. 5학년 때 엔트리에 들지 못해 소년체전에 못 나갔을 때 처음으로 오기가 생겼다. 그때의 승부욕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전주원의 롤모델은 여자선수가 아니었다. 당대 최고 스타이자 이번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을 다투고 있는 허재와 강동희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전주원은 “초등학생 시절 용산고에서 뛰던 허재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연구했다. 허재에게선 2 대 2 플레이를, 강동희에게선 완급 조절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1991년 첫 대표팀 합숙에서 이들을 만났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 새 여성 지도자상을 꿈꾸다
전주원은 다음 시즌부터 신한은행의 정식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다. 여자 농구 최고 스타로선 소박한 출발로 비칠 수 있다. 일부에선 바로 감독을 맡아도 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전주원의 생각은 달랐다. 착실히 단계를 밟겠다고 했다. 그는 “하는 농구와 보는 농구는 다르다. 감독은 선수 지도 말고도 대외업무가 많은 자리다. 여성 감독은 안 된다는 선입견도 넘어야 한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주원은 인생 2막의 꿈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언젠가 지도자로서 능력을 갖추면 대표팀 감독으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원은 인생에서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한은행이 통합챔피언 5연패를 달성한 뒤 동아일보를 방문해 은퇴 후 첫 대면 인터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날 기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팬과의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전주원은 다음 달 10일 신한은행 훈련지인 안산에서 자신의 꿈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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