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스페인 국왕컵 산산조각 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1일 21시 35분


코멘트
광란의 환호 속에서 너무 흥분한 탓일까.

레알 마드리드가 18년 만에 어렵사리 차지한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트로피를 버스 바퀴 밑에 떨어뜨려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시벨레스 광장. 레알 선수들은 발렌시아의 메스티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 접전 끝에 전통의 라이벌 바르셀로나를 1-0으로 물리치고 축하 퍼레이드를 했다. 레알은 연장 전반 12분 터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딩슛으로 승리를 얻었다.

선수들은 오픈 버스에 탄 채 곧바로 마드리드 시벨레스 광장으로 향했다. 자연의 여신인 키벨레를 모신 이 곳은 레알 선수들이 전통적으로 승리 축하 세리머니를 벌이는 곳. 현지 시간 오전 4시 30분이었지만 약 6만 명의 관중들이 모여들었고 자동차 경적과 환호성으로 온 도시가 뒤덮였다. 하늘에서는 색종이가 비처럼 내리고 기마경찰들이 버스를 뒤따랐다.

버스가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앞쪽에 타고 있던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트로피를 머리 위로 들고 흔들던 중이었다. 무게 15kg에 달하는 육중한 트로피가 손에서 미끄러져 버스 앞쪽으로 떨어졌다. 손 쓸 새도 없이 트로피는 버스 바퀴에 깔렸다. 당황한 라모스는 "트로피가 떨어졌다. 트로피가 떨어졌다. 트로피는 괜찮다. 괜찮다"라고 되뇌었다. 그러나 트로피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조각이 났다. 선수들은 우승 트로피를 바치는 대신 스페인 국기와 팀 깃발을 여신상에 두르고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사방에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레알은 이날 승리로 1993년 이후 18년 만에 국왕컵 정상에 올랐고 통산 18번째 우승했다.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두 팀의 라이벌전에서 레알은 통산 86승 43무 82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성남=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