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군 우승… ‘가빈화재’란 말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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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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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4연패 이끈 가빈 “내년 어디서 뛸지 좀 더 생각…
세계적 리그서 날 평가해보고 싶어”

《“웨이트트레이닝을 끝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1일 경기 용인시 삼성생명 휴먼센터 내 삼성화재 프로배구단 숙소.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가빈 슈미트(25)는 체력 단련 중이었다. 그는 9일 우승이 확정된 뒤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지 않고 있다. 이제 좀 쉬어도 되지 않느냐고 묻자 “직업상 자기 관리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소에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가빈의 입에서 나온 농담. “마약, 술, 섹스.”코트에서는 더없이 진지한 그이지만 평상시에는 장난기 넘치는 청년이다. 사진을 찍기위해 테이블에 누워 달라고 하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아턱에 가져가며 귀여운 포즈를취하기도 했다.용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숙소에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가빈의 입에서 나온 농담. “마약, 술, 섹스.”
코트에서는 더없이 진지한 그이지만 평상시에는 장난기 넘치는 청년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테이블에 누워 달라고 하자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아턱에 가져가며 귀여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용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몰빵’ 배구? 배구는 혼자서는 안 돼

올 시즌 프로배구 최고 화제 인물은 가빈이었다.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정규시즌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챔피언결정전에서 4연승으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포스트시즌 9승 1패. 특유의 조직력도 있었지만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가빈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한국형 용병의 결정판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그런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국 배구 스타일에 맞추려고 노력했을 뿐이다”라며 “내 앞에 숀 루니(현대캐피탈)와 안젤코 추크(삼성화재) 등 팀을 두 시즌 우승으로 이끈 용병들이 있지 않았나. 배구는 팀 스포츠다. 나는 내 역할을 100% 수행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인터뷰 중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가빈화재’란 말이다. 그에게 무조건 토스를 하는 일명 ‘몰빵’ 배구. 지금까지 수차례 그런 질문을 받은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삼성화재 배구의 장점은 조직력이다. 많은 사람이 나 혼자서 했다고 하는데 배구는 6명이 유기적으로 팀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 종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다음 시즌? 내 실력을 측정하고 싶어

두 시즌을 뛰면서 한국형 용병을 보는 눈도 생겼다. 그는 “내가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한국에서는 기술적인 선수가 살아남기 힘들다. 우선 한국 선수들과 융화가 첫 번째다. 그 다음은 점프가 높고 힘이 좋아야 한국에서 통하는 용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배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지금같이 한 명의 용병을 뛰게 하는 것으로는 선진 배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소 2명은 필요하다”며 “상무를 제외한 6개 팀으로는 전술도 단조로워지고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팀에 들어와 7, 8년은 지나야 주전으로 뛰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최소 9, 10팀이 되어야 제대로 된 리그를 펼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 배구 시스템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을 쏟아내는 그를 보며 놀라워하자 “제도에도 관심이 많다. 나도 이제 2년차다”라며 웃었다.

배구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다음 시즌에도 그를 볼 수 있느냐는 것. 그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운을 뗀 뒤 “한국에서의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를 꿈꾸는 배구선수로서 브라질 러시아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리그에서 나의 실력을 측정하고 싶은 꿈이 있다. 내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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