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 기자의 시크릿 필드] 우승떡 돌린 츄딘…한국사람 다됐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13일 07시 00분


1.이게 웬 떡

필드 안팎에서는 숱한 뒷얘기가 쏟아진다.

투어 현장에서 들려오는 골퍼들의 잔잔한 감동스토리부터 냉혹한 승부의 세계, 웃지 못 할 사연과 에피소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과 사고들을 ‘시크릿 필드’를 통해 전달한다. 첫 회로 한국프로골프투어 개막전 티웨이항공오픈에서 우승한 앤드류 츄딘의 훈훈한 한국생활 적응기를 소개한다.

“어머, 이거 웬 떡이죠?”

“어, 그거 츄딘이 보냈데.”

“츄딘이요?”

개막전을 끝낸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우승자 앤드류 츄딘(호주)의 한국생활 적응기가 화제다.

츄딘은 2008년 외국인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국내 무대에 입성했다. 올해로 4년째다. 낯선 한국 생활은 힘들었다. 처음엔 차가 없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기차와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고생한 덕분일까. 어느새 한국인 냄새를 많이 풍긴다. 그는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삼겹살을 좋아하고, 필드에선 인사성 좋기로 유명하다. 한국 기업의 후원도 받는다. 올해부터 티웨이항공 소속 선수로 활동한다. 한국어도 곧잘 한다. 츄딘은 우승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얼떨결에 인사를 나눈 기자들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외국인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이틀 뒤, 더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후원사와 협회에 앤드류 츄딘의 이름으로 떡이 배달됐다.

츄딘의 용품 후원사인 던롭코리아 마케팅팀 김혜영 과장은 “책상 위에 떡이 놓여 있기에 무슨 떡인가 했죠. 알고 보니 츄딘이 우승을 기념으로 보냈더라고요. 외국선수가 우승했다고 떡을 보낸 건 처음이었죠. 이상하게도 떡 하나에 그의 따뜻한 마음과 진심이 느껴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츄딘이 국내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풍습까지 익힌 듯 하다. 츄딘은 “한국선수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즐겁게 투어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일본이나 미국으로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4년 만에 한국 사람이 다 된 듯 하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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