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서울국제마라톤- 제 82회 동아마라톤]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만든 이색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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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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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현장 동료 응원 위해 달린 소방관 히라노 씨

히라노 씨
히라노 씨
일본 도쿄소방서 소속 구조대원인 히라노 벤 씨(23·사진)는 18일까지 재난 피해가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인 미야기 현 센다이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그의 옷에는 ‘Pray for Japan·한국의 원조에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평소 마라톤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이번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려고 휴가를 냈다. 하지만 출발을 불과 일주일 앞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곧장 센다이로 파견돼 수색작업을 벌였다. 그는 9일간 생존자의 흔적을 찾아 재난 현장을 누비다가 18일 도쿄로 복귀했고 다음 날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히라노 씨는 “혼자 휴가를 떠나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마라톤 완주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전하려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피해 현장에 한국 구조대원이 대거 파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국인들이 이번 일본 지진 피해에 보내준 넉넉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스페인서 12시간 비행기 타고 온 테너 바오벨 씨

바오벨 씨
바오벨 씨
피페 가르시아 바오벨 씨(49·사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 체육교사인 그는 마드리드 시립합창단에서 테너로도 활동 중이다. 바오벨 씨는 “운동과 음악은 내 삶의 전부”라며 “성악과 마라톤 모두 내 몸을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바오벨 씨는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국제마라톤대회에 다섯 차례 참가한 경력이 있다. 서울국제마라톤은 1년 전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앞두고 1년 동안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다는 그는 대회 직전 오른쪽 다리 인대를 다쳤다. 하지만 부상이 마라톤 참가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달릴 때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서울에서 또 다른 자유를 만끽해 볼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3시간46분 만에 풀코스 완주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줄넘기 하며 3시간59분 풀코스 완주 이순길 씨

이순길 씨
이순길 씨
이순길 씨(48·서울 용산구·사진)는 올해도 변함없이 줄넘기를 하며 풀코스를 완주했다. 2006년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이 씨는 달리면서 줄넘기도 함께 하면 건강에도 좋고 사람들의 이목도 끌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이 같은 이색 도전을 이어왔다. 처음 2년 동안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주법이 어설픈 데다 페이스 조절도 쉽지 않았기 때문. 그는 “처음에는 남들보다 2배 이상 체력이 소모됐는데 요즘엔 풀코스 완주는 기본”이라며 “아쉽게 목표였던 3시간9분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3시간59분이면 줄넘기를 하며 뛴 것치고는 괜찮은 편 아니냐”며 웃었다.

달리면서 줄넘기도 같이 하다 보니 날씨가 가장 큰 변수다. 특히 비가 오면 도로 상황이 나빠지기 때문에 줄에 발이 걸리기 쉽다. 바람이 불어도 뛰는 데 저항이 생긴다. 그래서 이날 봄비 때문에 평소보다 더 힘들었고 기록도 저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시선 한몸에 받은 48세 ‘바니걸 아저씨’ 한병호 씨

한병호 씨
한병호 씨
“아마추어들은 즐겁게 뛰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다른 참가자들이 저를 보고 웃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같은 파격 복장을 했습니다.”

42.195km의 마라톤 코스 내내 가장 많은 시선을 한 몸에 받은 한병호 씨(48·사진). 한 씨는 이날 긴 파마머리 가발에 빨간 망사스타킹과 짧은 레이스 검정 치마를 입고 코스를 완주했다. 토끼해를 기념하기 위한 ‘바니걸’ 콘셉트다. 그는 “다른 참가자들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통해 대회의 인지도도 올라가고 마라톤이라는 종목 자체가 좀 더 대중화됐으면 한다는 뜻도 밝혔다.한 씨는 “내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가리키며 큰소리로 웃는다”며 “그런 기쁨을 주는 게 내가 이번 마라톤에 참가한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서울-홋카이도 ‘마라톤 교류’ 첫 주자 오이 다카히로 씨

오이 다카히로 씨
오이 다카히로 씨
“포기하고 싶었지만 지진 때문에 힘들어하는 국민을 생각하며 계속 달렸습니다.”

남자부 유일한 일본 선수인 오이 다카히로(32·2시간39분13초·사진). 그는 “30km까지는 편하게 달렸지만 이후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지진으로 고생하는 국민을 떠올렸다. 그들은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내가 여기에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은 서울시와 홋카이도가 지난해 10월 맺은 우호교류협력의 일환이다. 그 첫 협력사업으로 이번 대회에서 엘리트 부문 남녀 1명씩을 이번 대회에 파견했다. 마스터스 부문에서도 홋카이도에서 온 일반인 수십 명이 서울 시내를 달렸다. 주이치 오카베 홋카이도육상경기협회 회장은 “이번 대회에 일본에서 온 400여 명의 일반인이 참가했다.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하려고 했지만 지진의 영향으로 조금 줄었다. 홋카이도 대회에도 많은 한국인이 참가해 우호가 돈독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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