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리는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에서는 남자부의 김창원 씨(33)가 3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린다. 김창원은 아프리카 브룬디 출신 버진고 도나티엔의 한국 이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하프 마라톤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뒤 난민 신청을 한 그는 지난해 11월 귀화시험에 합격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김 씨는 2006∼2008년 대회 3연패를 이룬 마스터스 부문의 지존이다. 2007년에는 2시간18분39초의 기록으로 국내 대회 마스터스 부문에서 처음으로 2시간 20분대 벽을 허물었다. 2009년과 지난해에는 대회를 3주가량 앞두고 발목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한국 국적을 얻고 처음 풀코스를 뛰는 대회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대회여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에 맞설 주자로는 2009년과 2010년 대회에서 각각 우승한 이용희 씨(41)와 장성연 씨(35)가 꼽힌다. 이 씨의 최고 기록은 2009년 우승 때 작성한 2시간28분33초. 지난해 2시간27분7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장 씨는 2006년 마라톤에 입문한 뒤 이듬해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강자다. 그는 “도나티엔이 출전한다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우승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2연패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여자부는 지난해 2시간53분39초의 기록으로 2위에 머물러 대회 5연패 달성에 실패한 이정숙 씨(46)가 정상에 오를지가 관심거리다. 지난해 2시간54분51초의 기록(4위)으로 2년 연속 서브스리(풀코스를 3시간 안에 달리는 것)를 달성해 50대 나이를 무색하게 했던 정기영 씨(53)도 주목해야 할 마라토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마라톤서 욕심내면 절대 결승점 통과 못해”▼ 오늘도 달리는 60대 CEO
마라톤과 경영은 닮은 점이 많다. 한계를 넘어야 성장이 가능하다. 과유불급을 잊어서도 안 된다. 마라토너가 체력을 적절히 안배하지 못하면 완주하기 어렵듯 경영인도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유독 마라톤 사랑을 외치는 기업인이 많다. ‘마라톤 경영’이라는 용어가 이를 대변한다. 마라톤 동호회를 육성하는 수준을 넘어 사내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든 기업도 있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하는 마라톤 경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66)은 마라톤에서 얻은 배움을 경영에 접목했다. 신 부회장은 “너무 욕심을 내고 달리면 절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다. 기업도 마라톤처럼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1998년 퇴행성관절염을 고치려고 남부순환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뒤 10년 연속 완주에 도전한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35km 지점부터 참가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며 뛴다”며 “4시간 15분대 이내로 골인해 보스턴 마라톤 출전권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69)도 동아마라톤의 단골손님이다. ‘백발의 마라토너’로 불리는 민 회장은 칠순을 앞둔 나이지만 풀코스를 거뜬하게 완주해내는 강철 체력을 지녔다. 풀코스 완주만 200회가 넘었고 700명이 넘는 사내 마라톤 동호회원의 후원자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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