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G 서동욱, 끝나지 않은 도전…“이제는 날아 오를 때, 나의 꿈 20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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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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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지난 7일. 잠실야구장을 찾아 LG 트윈스의 내야수 서동욱을 만났다. 엄청난 추위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오프 시즌에도 훈련량이 많았는지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서동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대형유격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야구팀들은 대형유격수를 갖고 싶어한다. 185cm가 넘는 키에 파워와 스피드를 갖춘 유격수는 홈런타자보다 희소성이 높다.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당연히 1라운드에 뽑힐 것이다. 메이저리그에도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같은 187cm가 넘는 초대형 유격수는 드물다. 성적만 좋다면 두 선수처럼 슈퍼스타의 길을 걷게 된다. 비록 로드리게스는 3루수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국내에도 대형유격수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서동욱이다. 서동욱은 경기고 재학시절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87cm의 큰 키로 유격수 포지션에서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였다. 방망이와 스피드도 나쁘지 않았다. 당연히 높은 순위로 프로팀에 입단했다. 서동욱은 2차지명에서 1라운드 전체 4번으로 KIA에 입단, 대형유격수의 탄생을 예고했다.

하지만 방망이가 문제였다. 나무배트에 적응하지 못했다. 방망이가 안 터지니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타격슬럼프는 몇 년이 지나도 계속됐다.

LG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서동욱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군보다 2군에서 치른 경기가 훨씬 많다. 수비 위치도 마땅치 않다. 여러 포지션을 떠도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대형유격수’ 서동욱으로 각광 받던 지난 날과 비교하면 지금의 서동욱은 너무나 초라하다.

프로 통산 155경기에 출전해 홈런 8 타점 26 타율 0.205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2010시즌에는 11경기에서 홈런 2 타점 4 타율 0.244의 성적을 거뒀을 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야구팬들은 서동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가 가진 재능과 야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 때문이다.

유망주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28의 나이. 하지만 2011년 LG팬들은 서동욱을 믿고 ‘엘레발’을 쳐도 좋을 것이다. 스스로도 “멋진 시즌을 보낸 뒤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 야구를 하면서 항상 꿈꿨던 20홈런을 기록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11년 LG팬들을 설레게 할 서동욱의 출사표를 들어보자.

1.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 플로리다 훈련을 다녀왔다. 요즘은 팀 합동 훈련 중이다

2. 부상은 없나? 컨디션은 어느 정도인지 알려달라
: 훈련량이 데뷔 후 가장 많다. 그런데도 몸상태가 아주 좋다. 시즌 때까지 지금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3. 마무리 훈련 사진을 봤더니 내야에서 펑고 받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내야 포지션에 전념하는 건가?
: 글러브만 다를 뿐이지 수비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내야와 외야에서 모두 훈련을 하고 있다. 다만 요즘은 내야수비를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4. 서동욱이라는 선수가 풀타임 활약하기 위해서는 수비 포지션이 중요한 것 같다.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은 어디인가? 또 한 포지션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맡아야 하고,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라운드는 모두 열려 있는 공간이다. 어느 포지션이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3루와 2루 훈련을 가장 많이 하고 있고, 두 포지션이 더 편한 느낌이다. 수비실력을 강화하기 위해 염경엽 코치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염 코치님이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다. 수비에서 리듬감을 찾는 법을 익힌 것 같다.

5. 팀에서는 내외야 대부분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 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한 자리에서 뛰고 싶고, 그럴 경우 더 나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뛰는 것도 괜찮다. 나만의 장점이 될 수 있고,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6. 자신의 내야수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2003년 KIA에 입단했을 때 3년차까지 수비형 내야수였다고 생각한다. KIA에 있을 때는 내가 수비를 가장 잘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타석에만 들어서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라. 자신감도 없었다. 당연히 성적도 좋지 않았다. 상무에 입단하면서 마음을 달리 먹었다. 몸을 키워 장거리 타자로 변신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때부터 공격력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파워가 는 반면 민첩성이 많이 떨어지더라. 그러면서 수비능력이 떨어졌다.

7. LG는 유격수 유망주 오지환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그런데 오지환의 수비능력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원래 유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수비가 좋다면 출전 기회가 많아질 텐데 유격수 수비가 부담스럽나?
: 과거에 비하면 부담이 많이 줄었다. 특히 이번 캠프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 고등학교 후배인 지환이는 좋은 선수이면서 경쟁자다. 때로는 지환이 대신 유격수로 뛰는 것을 상상하곤 한다. 그런 상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수비를 내가 펼쳐 보여야 한다.

8. 항상 내야수로 뛰다 외야 포지션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LG는 야수진이 좋은 팀이다. 내외야 모두 벽이 높다. 하루라도 빨리 1군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많은 포지션이 가능해야 했고, 공격에서도 좌타석-우타석에 들어설 수 있어야 했다. 대주자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도루도 가능해야 했다. 즉, 외야전향은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었던 셈이다.

9. 내야수 서동욱에게 외야 전향을 권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 2007시즌이 끝나고 김용달 코치님이 외야전향을 권유했다. 내야 글러브만 들고 있을 때보다 내외야에서 같이 뛸 때 타석에 들어갈 기회가 많아진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외야수비를 하게 됐다”

10. 타격 이야기를 해보자. 국내에 많지 않은 스위치히터다. 우타석만 들어서다 스위치히터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 2007년 상무 제대 후 겨울부터 스위치히터 훈련을 시작했다. 역시 김용달 코치님의 권유였다. 전부터 좌타석에서 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힘들기보단 재미있었다. 좌타석에서 때리는 것이 편하고 자신도 있다.

11 스위치히터가 가진 장점과 단점은?
: 투수를 편하게 상대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떤 투수가 등판하더라도 편하게 공을 바라볼 수 있고, 편한 스탠스를 만들 수 있다. 우타자로만 뛰었을 때보다 그런 것들을 많이 느끼고 있다. 힘든 점은 남들보다 더 연습해야 되고, 신경 써야 될 것이 많다는 점이다.

12. 타격에서 가장 신경 써야 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역시 컨택이다. 파워는 자신 있는데 컨택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서동욱은 프로 통산 264타석에서 106개의 삼진아웃을 당했다. 타수로 환산하면 약 2타석당 1번꼴로 삼진을 기록한 셈이다. 이 점은 서동욱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13. 공격력이 괜찮은데도 아직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이 없다. 시즌 내내 1군에서 뛰면서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성적을 떠나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다. 나도 내가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까지 100타석을 넘은 적이 없다. 주전이건 백업이건 200타석, 300타석, 400타석 이상 들어서 내 실력을 확인하고 싶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선 1군 경기에 많이 출전하고 기회를 잡는 것이다.

14. 군 제대 후 3년째 매년 가능성만 보여주고 꽃을 못 피웠다. 어떤 심정인가?
: 부모님께 미안하다. 부모님이 많이 힘들 것이다. 나도 힘들 때가 많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내 기량이 뛰어나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아 생긴 일이다. 하지만 이젠 많이 성숙해졌고, 마음 한 편엔 반드시 제대로 터뜨려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5. 프로 데뷔 후 한 포지션에 정착하지 못하고 2군생활을 오래 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핑계를 댈 이유가 없다. 내가 못해서다. 하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경험도 많이 쌓였고, 여유도 생겼다. 뭔가를 보여줄 때다. 날아 오를 준비가 돼 있다.

16. LG로 이적한 뒤 권용관, 박경수, 김상현과 내야에서 주전경쟁을 펼쳤다. 그런데 세 선수 모두 LG에서 A급 성적을 거두거나 수준급 내야수로 자리잡은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회를 덜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나?
: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이 있다.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기회를 못 살린 이유가 가장 컸다. 기회를 몇 번 놓쳤다. 어깨부상이 겹치기도 했고, 찬스 때 잘 해내지 못했다.

17. 아마추어 시절 유격수 4인방(박경수, 지석훈, 나주환, 서동욱)이 각광을 받았다. 그런데 프로에서 성공한 선수가 많지 않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유격수 4인방에 주환이가 들어가나? 유격수 4인방이라 하면 경수, 석훈, 나, (김)주호였다. 주환이는 중학교 동창인데 중학교 때는 내야에서 뛰지 않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내야수로 출전하더라. 지금은 주환이가 성적도 가장 좋고, 잘 정착한 것 같다. 4인방 모두 스타일이 달랐다. 경수와 석훈이가 가장 잘했다. 경수는 정말 화려했고, 석훈이는 박진만 선배처럼 성실하고 안정적이었다. 나랑 주환이는 민첩성이 조금 떨어졌고 딱딱했다. 4인방 모두 재능은 괜찮은 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입단 초기에 적응에 실패했다. 기대 만큼 초반에 잘 하지 못한 것이 부담이 됐다. 빨리 주전으로 뛰면서 자기 포지션을 빨리 찾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18. 딱딱한 질문이 많았다. 유망주가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아쉬움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까닭에 팬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한 것 같다. 좀 더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자. 평소 가깝게 지내는 선수는 누구인가?
: 대부분 친하다. 굳이 고른다면 (김)기표형과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경기고 2년 선배 (이)동현이형, 1년 선배 기표형이 많이 친한 편이다.

19. LG의 미남선수 중 한 명이다. 예쁜 여자친구가 이를 증명한다. 본인이 생각할 때 ‘미남군단’ LG를 대표하는 미남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 (이)대형이형, (심)수창이형이다.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선수는 황선일이다.

20.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 끝내기 안타를 때렸던 2007년 SK전이다. 극적인 경기에서 주인공이 됐고, 경기 후 여자친구와 인터뷰를 했다. 그런 장면을 그려왔던 터라 정말 기뻤는데 여자친구는 사람들의 반응이 의식됐는지 걱정을 많이 했다.

21. KIA와 LG에서 선수생활을 했는데 두 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직접 뛰어본 바로는 차이점이 없다.

22. 앞에서도 나왔지만 ‘서동욱’하면 여자친구 ‘주민희’가 따라 붙는다.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
: (웃으며) 언제라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빨리 결혼하고 싶다. 빠르면 이번 시즌이 끝난 뒤 할 수도 있고, 늦어지면 다음시즌이 끝난 뒤 할 것 같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결혼하고 싶다.

23. 교제는 언제부터 시작했고, 어떻게 연인이 됐나?
: 7년 정도 만났다. KIA에서 뛸 때 (조)태수형이 소개시켜줬다. 태수형과 여자친구가 초등학교 동창이다.

24. 공식 질문이다. 서동욱에게 야구란?
: 부모님께 효도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부와 명예도 중요하지만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간절하다.

25. 서동욱에게 주민희란?
: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더 잘 해주고 싶고, 야구장에서 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다. 그런데도 여자친구가 항상 응원해주고 날 챙겨준다. 너무 든든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야구 뿐만 아니라 남자로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26. 이번 시즌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 (한참을 망설이더니) 홈런 20개와 수비를 인정 받는 것이다. 그런 성적을 거둔다면 내 위치가 정해질 것이고 남은 야구인생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27. 마지막으로 서동욱을 아끼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나와 관련된 기사가 나갈 때마다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건 나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팬들에게 보답할 때다. 지켜봐 달라.

*서동욱 인터뷰 초간단 요약
1. 순수한 남자였다. 외모만 보고선 ‘까도남’일거라 생각했는데 장시간 대화를 나누니 순수하고 착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평소에는 그런 마음을 유지하되 그라운드에서 만큼은 착한 모습을 버리고 독하고 나쁜 남자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신체조건이 예술이다. 큰 키에 잘 빠진 몸매는 선수들도 부러워 할 것이다. 루저 기자로서는 열폭(열등감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3. 서동욱은 여자친구 주민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그라운드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4. “2군 가지 말고 1군에서 자주 보자”는 LG 팬들의 말을 대신 전할 땐 뭉클해 하면서도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5. 몇 번이나 “저한테 이렇게 질문이 많나요?”라고 말했다. 많이 고마워했고, “꼭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대답했다.

동아닷컴 |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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