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프로 22년…내 나이 불혹, 이제 타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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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7시 00분


3년간 ML도전 … 꿈이 있어 행복했어요…그리고 이젠,롯데에 보탬 되려 돌아왔죠

최향남이 돌아왔따. 고국을 떠나 미국과 일본을 방랑해 롯데의 속을 태우기도 했으나 결국 복귀를 택했다. 최향남의 가세로 롯데는 숙원인 불펜 보강에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최향남이 돌아왔따. 고국을 떠나 미국과 일본을 방랑해 롯데의 속을 태우기도 했으나 결국 복귀를 택했다. 최향남의 가세로 롯데는 숙원인 불펜 보강에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최향남이 2년 만에 다시 롯데 불펜으로 돌아왔다. 연봉 7000만 원에 1년계약을 했다. 최향남의 롯데 복귀는 마흔 살 투수의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꿈을 갖고 노력했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그 꿈이 좌절되면서 한때 은퇴도 생각했지만 다시 롯데를 선택했다.

팀창단 최초로 3년 연속 4강을 일궈낸 롯데는 여전히 불펜이 약하다. 그래서 많은 팬들은 최향남이 롯데 불펜의 해결사가 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향남에게 내년 목표를 묻자 “1년뒤에 롯데와 재계약에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성적을 장담할 나이는 지났다”며 몸을 잘 만들어 롯데구단에 보탬을 주고 싶다고 했다.

1년,1년을 마지막 해로 생각하고 뛰겠다는 게 최향남의 생각이다. 그의 집념과 열정이라면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타자가 보인다.

최향남은 1990년 해태에 입단했다. 내년이면 프로에 뛰어든지 22년째가 된다. “지난해부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 타자의 생각이 느껴졌다. 야구 20년만에 처음이다.”통산 최다승투수인 한화 송진우 코치도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타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은퇴하고 호주로 떠난 또 한명의 레전드 구대성도 같은 말을 했다. 최향남은 공격적인 투수다. 그가 2년전 롯데에서 보여줬던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면 내년 롯데불펜에서 분명 큰 활약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생각을 알아도 구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타자를 이길 수 없다.

“이제는 장담하기 어렵다. 스프링캠프에서 던져봐야 안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피칭을 할 것이다.” 계약을 앞두고 최향남은 메디컬체크를 통과했다. 롯데와 최향남은 그 점이 기분좋다.

○시속 138km 이상이면 충분하다

내년 41세…승수 장담할 나이 아니지만
구속 138km만 나오면 승부엔 자신만만


최향남이 올시즌 기록한 최고스피드는 144km였다. “평균 스피드는 136km정도였는데 138km만 나오면 타자와 승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최향남은 대각선 피칭을 한다. 홈플레이트 상하좌우의 네군데 꼭지점이 그의 타깃이다. 볼끝이 좋아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스피드는 시속보다 5km는 더 빠르게 보인다. 스피드만 따라준다면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타자와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다.

최향남의 구위를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내년에 우리 나이로 41세가 되고 올해 미국에서 그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12경기에서 1승2패, 5.84의 높은 방어율을 기록했다. “시즌 내내 방출압박에 시달렸다. 집중하기 힘든 시즌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향남은 공격적인 투수다. 경기운영능력도 이미 검증받은 선수다. 내년 시즌 그의 스피드가 과연 얼마까지 나올지 그래서 중요하다.

○자랑스런 도전, 후회는 없다

올해 3월12일 대만 카오슝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대만 올스타팀의 친선경기에 최향남이 등판했다. 1점 앞선 상황에서 다저스의 두번째 투수로 나간 최향남은 아쉽게 1.2이닝 동안 2실점을 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충분한 실전피칭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판해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다저스의 트리플A 알버커키에서 최향남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3경기에 나가 9승2패, 방어율 2.34를 기록하며 알버커키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최향남이 카오슝 친선경기에 참가한 것도 알버커키 감독의 적극 추천 때문이었다. ‘한 번 던지는 것을 보고 싶다’던 다저스 조 토리 감독 앞에서 최향남은 인상적인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누구나 꼭 해보고 싶은 꿈이 있지 않은가. 나에겐 메이저리그가 삶의 목표였고 희망이었다.” 2006년, 36세의 나이에 뒤늦게 미국으로 건너간 최향남은 결국 3년을 미국에서 뛰면서 한번도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살면서 어떤 목표를 향해 정말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 즐겁고 행복했다. 후회는 없다.”

○우승이 그렇게 좋은 것인 줄 몰랐다

가슴 속에 간직한 한국시리즈 우승 소망
사직팬 앞에서 새로운 도전 가슴이 뜁니다


타국이지만 최향남은 알버커키에서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을 경험했다. 야구를 하고 자신이 주인공이 돼서 처음 우승을 했다. “동료들과 감독,코치 모두 다가와서 고맙다며 나를 끌어 안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었다.”

최향남이 가슴속에 간직한 가장 큰 소망은 한국에서도 우승을 한 번 해보는 것이다. “롯데는 3년연속 4강에 진출한 팀이다. 공격력도 강하고 이젠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

최향남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모두 이야기 해줄 생각이다. “투수가 싸우는 방법은 어떤 상황이든 같다. 상대를 이기기 전에 먼저 마운드에서 자신을 이겨야 한다.” 그는 메이저리그 도전이 끝나면서 은퇴를 생각했다. 가슴속에 가졌던 커다란 꿈이 사라지면서 찾아온 허탈감이 생각보다 컸다.

그가 다시 롯데를 선택한 것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던질 수 있는데 마운드를 떠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국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투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는 타자를 이기는 첫번째 요소다. 최향남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서는 공에 힘과 제구력이 있어야 한다. 어정쩡하게 스트라이크존에 던져서는 타자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려면 좋은 투구 밸런스와 기술이 필요하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팔과 몸상태가 좋아야 하고 좋은 몸상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훈련에서 비롯된다는게 최향남의 생각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최향남이 투수들의 리더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롯데의 최향남 영입은 투수진의 기술적, 멘털적 성장에 분명 도움을 줄 것이다.

○꿈은 45세까지 뛰는 것


“사직관중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최향남이 프로에 뛰어든지 내년이면 22년째가 된다. 프로에서 22년째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는 최향남이 처음이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 뛰어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초 알버커키에서 러닝훈련을 할 때도 20대 젊은 선수들보다 더 빠르게 뛰어 감독을 놀라게 했다. “40대가 되니까 더욱 긴장하게 된다. 1년, 1년 열심히 해서 45세까지 뛸 수 있으면 영광일 것 같다.”

최향남은 사직구장팬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사직구장같은 열정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최향남이 30대 후반에 보여준 메이저리그 도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그는 우려섞인 시선을 뒤로 하고 과감히 고행의 길을 선택했다. 멋진 남자 최향남이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다.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이라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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