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광저우 에세이] 마린보이, 이제 ‘인간어뢰’ 소프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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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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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 DB]
박태환. [스포츠동아 DB]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1등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2등으로 들어 온 박태환(21·단국대)은 “쑨양과 레이스를 해서 영광이고요. 그랜트 해켓(호주)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라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누군가를 전설과 비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충분히 그럴만했습니다. 18일, 쑨양의 1500m 기록(14분35초43)은 2001년 해켓이 세운 세계기록(14분34초56)에 불과 0.87초 뒤졌을 뿐이니까요.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자주 “이언 소프와 해켓”의 얘기를 꺼냅니다. 이들은 자유형 중장거리 강국인 호주가 낳은 2명의 수영영웅입니다. 은퇴한 뒤에도 자주 회자됩니다. ‘인간어뢰’ 소프는 자유형400m에서, 해켓은 자유형1500m에서 올림픽 2연패(2000시드니·2004아테네)를 달성했지요. 소프는 200·400m, 해켓은 400·1500m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 때 박태환의 우상은 해켓이었대요. 2006도하아시안게임까지만 해도 박태환은 400·1500m에 큰 장점을 갖고 있던 선수였거든요. 하지만 4년의 세월은 그가 200·400m에 더 알맞은 선수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제 해켓을 따라가는 것은 쑨양에게 속 시원하게 맡기면 될 것 같습니다. 어느 덧 박태환은 소프의 뒤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볼 코치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17일 호주언론에서는 볼 코치의 인터뷰를 근거로 ‘박태환이 소프를 재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자국 지도자의 선수가, 자국의 전설에 다가가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지 호주에서도 관심이 많은가 봐요. 호주 기자들이 광저우에 머무는 볼 코치에게 전화까지 할 정도랍니다.

18일, 볼 코치는 박태환(400m최고기록·3분41초53)과 소프(400m최고기록·3분40초08)를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했습니다. “박태환은 부력과 스트로크가 좋다. 허벅지부터 복부까지의 근력이 좋아, 체력이 소진된 상황에서도 영법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는다.

소프는 스트로크 당 거리가 길고, 물을 잡는 느낌이 좋다. 어느 선수의 기술이 낫다고 말할 수 없다. 박태환도 3분40초대에 진입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볼 코치는 이번 대회에서 소프와 박태환의 랩타임을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박태환이 그런 얘길 한 적이 있었어요. “언제 그만 둘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도 기억되는 선수이고 싶다”고요. 이제 답은 나와 있는 것 같네요. 지금 인간어뢰가 마린보이의 눈앞에 보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박태환에게 또다른 목표를 심어준 대회였기를 기대해 봅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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