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만큼 빛난 태극전사들의 가족애] 사격 金학만 “세 쌍둥이 생일선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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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김재범도 “어머니 생신 선물” 함박웃음
사격 김윤미 뱃속에 첫 아이 품고 2관왕 명중
승마 김균섭 도하서 숨진 삼촌 김형칠 떠올려

한국 사격대표팀의 맏형 김학만(34·상무)은 세 쌍둥이의 아버지다. 지난해 11월15일, 아내 황혜경(31) 씨와의 사이에서 딸 민정과 아들 동우·동건을 한꺼번에 얻었다. 순식간에 한 달 분유값으로만 60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대가족의 가장이 된 셈. 게다가 곧 아이 셋을 아내에게 맡긴 채 태릉선수촌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15일 첫 돌을 맞은 아이들과 고생한 아내에게는 가장 값진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학만이 광저우 아오티 사격장에서 열린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50m 소총복사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대회 때문에 돌잔치도 미리 치르고 왔다는 아빠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주게 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학만 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태극전사들이 가족을 가슴에 품고 더 큰 힘을 낸다. 남자 유도의 간판 김재범(25·한국마사회)이 81kg급에서 금메달을 딴 14일은 마침 어머니의 생일. 아들은 “이런 선물을 드리게 돼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 사이클 남자 개인추발에서 우승한 장선재(26·대한지적공사)는 아버지인 사이클 대표팀 장윤호(49) 총감독의 눈앞에서 금빛 질주를 했다. 장 감독은 “경기장에서는 아들이 아닌 선수일뿐”이라면서도 “2014인천아시안게임 때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여자 하키의 이선옥(29·경주시청)은 14개월 된 딸 강민이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뛴다. 지난해 9월 출산 후 6개월 만에 필드로 복귀했던 그녀는 14일 카자흐스탄과의 예선전에서 6골을 몰아 넣으며 ‘아줌마 파워’를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여자 사격의 김윤미(28·서산시청)는 두 달 후 태어날 첫 아이를 뱃속에 품고 두 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도 기뻐할 것”이라는 각오 덕분이다. 한국 유도에 아시안게임 사상 첫 헤비급 금메달을 안긴 남자 100kg이상급 김수완(22·용인대) 역시 “가족의 힘으로 우승했다”고 했다. 힘겹게 뒷바라지한 부모님과 남동생이 모두 광저우까지 찾아와 응원했기 때문이다.

반면 승마의 김균섭(29·인천체육회)은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세상을 떠난 삼촌을 떠올려야 했다. 그의 삼촌은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낙마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형칠. 삼촌과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종합마술 은메달을 합작했던 조카는 “이제야 자신 있게 찾아갈 수 있게 됐다”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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