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골프 첫 개인-단체 2관왕… 열일곱 한정은, 세계아마 팀선수권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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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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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경기 3연패 파란불

40시간의 긴 여정, 낮과 밤이 뒤바뀐 12시간의 시차에도 명랑소녀라는 그의 목소리는 쾌활하기만 했다. “요즘 같아선 며칠 밤을 새워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 여자 골프의 새 에이스로 떠오른 한정은(17·제주 중문상고). 그는 2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끝난 세계 아마추어 팀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휩쓴 뒤 이틀이 걸려 26일 귀국했다.

1964년 시작된 이 대회는 세계 최고의 아마추어 여자 골퍼를 가리는 무대로 예비 스타들의 산실이었다. 한정은은 역대 최저타인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하며 한국이 14년 만에 단체전 정상에 복귀하는 데 앞장섰다. 박세리, 김미현 같은 대선배들도 못한 일을 그가 해냈다.

“다음 달 아시아경기에서 경쟁할 상대인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이 모두 출전했기에 꼭 잘하고 싶었어요. 기 싸움에서 이겨야죠.”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아마추어골프 팀선수권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휩쓴 17세 소녀 한정은. 강한 체력에 뛰어난 실력, 활발한 성격까지 갖춰 한국 여자 골프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사진 출처 미국골프협회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 아마추어골프 팀선수권 개인전과 단체전 우승을 휩쓴 17세 소녀 한정은. 강한 체력에 뛰어난 실력, 활발한 성격까지 갖춰 한국 여자 골프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사진 출처 미국골프협회
올해 들어 150일 넘게 합숙훈련을 하며 굵은 땀을 쏟아낸 한정은은 다음 달 12일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한다. 한국은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기에 그의 어깨는 무겁다. 한정은은 “언니들의 금빛 전통을 꼭 살리겠다. 중국도 단단히 준비한다는데 들뜨지 말고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정은은 9, 10월 아시아경기 장소인 광저우 드래건레이크골프장을 찾아 5차례 연습라운드를 했다. 중국의 경계 심리로 협조를 얻기가 힘들어 관광객처럼 현지를 답사했다. “코스 상태는 국내와 비슷한데 페어웨이가 좁아 정확도를 높여야 해요.”

제주 서귀포시 성읍에서 태어난 한정은은 축구, 태권도, 테니스를 즐기다 초등학교 3학년 때 TV에서 박세리가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골프에 입문했다. 타고난 운동 신경에 주니어 강자로 이름을 날리다 고교 1학년 때 이번에 우승한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디봇에서 무리하게 공을 치다 오른 손목을 다쳐 1년 가까이 슬럼프에 허덕였다. 지난해 한국주니어선수권 우승을 계기로 재기에 성공했다.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되는 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로 통과했다. 감각적인 퍼트가 강점이다.

제주에서 유명한 말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분에 좋은 음식 많이 먹어 체력 하나는 자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넉살이 좋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정은은 중학교 때 무속인이 많기로 유명한 계룡산에 아버지와 놀러갔다 희한한 경험을 했다. “어떤 할아버지가 갑자기 저를 보더니 장군님 왜 이제 오셨냐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별명이 한 장군이 됐어요, 호호.”

광저우 하늘에서 다시 금메달 2개를 노리는 한정은. 이번 세계선수권의 쾌거를 계기로 아시아 필드 정복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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