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은퇴경기 현장리포트] 양신 마지막 전력질주…이젠 안녕

동아닷컴 입력 2010-09-20 07:00수정 2010-09-20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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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의 마지막을 하늘도 슬퍼한 것일까. 경기 종료까지 멀쩡하던 하늘은 은퇴식이 시작되자마자 은빛 같은 비를 뿌리며 ‘살아있는 전설’의 퇴장에 눈물을 흘렸다. 폭우 속에서 한 명의 팬도 야구장을 떠나지 않았다.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그는 팬들에게 “고맙다”고 큰절을 했고, 팬들도 그에게 “고맙다”며 허리를 숙였다. 양준혁(41·삼성)이 19일 SK전을 끝으로 마침내 위풍당당하던 그 방망이를 내려놓고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1993년 데뷔 후 18년의 프로생활,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뒤 32년간의 현역선수를 마감했다.

○모든 것이 마지막, 평소와 똑같이….

양준혁은 경기 전 “특별해지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 원정에 갔을 때 ‘이 야구장도 마지막이구나’, 호텔을 나서는데 ‘이 호텔도 마지막이구나’, 88고속도로를 타고 대구로 오는데 ‘이 원정길도 마지막이구나’ 생각되더라”면서 “의미를 부여하면 잠을 못잘 것 같아 어제 밤 12시에 잠을 청했다”며 웃었다. 그래서 이날 모든 장비도 평소 쓰던 것 그대로 들고 나왔다.

○김광현 데뷔전과 양준혁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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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은 2007년 4월 10일 문학 삼성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4회 양준혁에게 우중월 선제 솔로홈런을 맞았다. 데뷔 첫 홈런이자 첫 실점을 허용한 뒤 와르르 무너지며 3이닝 8안타 2탈삼진 4실점의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양준혁의 은퇴식 상대 선발투수가 김광현이었다. 양준혁은 1회 첫 타석 3구삼진을 시작으로 4회와 6회까지 김광현에게 3연타석 삼진을 당했다. 김광현은 첫타석에 앞서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양준혁에게 경의를 표했지만 최고구속 151km를 뿌리며 정면승부를 펼쳤다. 김광현은 경기 후 “최선을 다해서 던지는 게 은퇴하시는 양준혁 선배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신의 마지막 모습은 전력질주

양준혁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가지 나와의 약속은 전력질주였다”고 말했다. 김광현에게 3연타석 삼진을 당한 뒤 9회말 마지막 타석이 돌아왔다.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SK 2번째 투수 송은범을 상대로 2루땅볼을 친 뒤 아웃됐다. 그는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1루까지 내달렸다. 팬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모습은 결국 전력질주였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경기 후 성대한 은퇴식이 펼쳐졌다. 리무진을 타고 외야 한 바퀴를 돌며 팬들과 인사할 때만 해도 위풍당당한 모습이던 양준혁은 고별사 도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선희가 부른 노래‘작별’에 맞춰 자신의 혼이 담긴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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