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가 모자를 벗었다…박수가 쏟아졌다…축하 아닌 동정의 박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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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WGC 브리지스톤골프메이헌, 12언더파 역전 우승

9일 미국 오하이오 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최종 4라운드.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타이거 우즈(35·미국)에게서 ‘골프 황제’의 위용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우즈는 이날 15번홀(파3)에서 티샷 실수로 갤러리를 맞혔다. 우즈는 정중히 사과하며 사인을 한 골프 장갑을 건넸고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를 두고 한 외신은 “우즈가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은 굿샷이 아닌 미스샷 덕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섹스 스캔들 이후 힘이 빠진 우즈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즈는 이날 7오버파 77타를 쳐 18오버파 298타의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는 1996년 PGA 데뷔 후 최악의 스코어다.

○ 다양한 불명예 기록 양산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은 그동안 우즈가 7차례나 우승한 대회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악몽 그 자체였다.

4라운드 298타는 그가 아마추어일 때조차도 기록해 본 적이 없는 스코어다. 2000년 이 대회에서 기록한 259타에 비하면 무려 39타나 많이 쳤다. 대회 마지막 날 77타를 친 것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고 4라운드 내내 오버파를 기록한 것은 2003년 PGA 챔피언십 이후 7년 만이다.

최종 순위 역시 공동 78위로 꼴찌를 가까스로 면했다. 헨리크 스텐손(20오버파 300타)이 없었다면 최하위를 기록할 뻔했다. 보기 이하를 기록한 홀도 25개로 역대 최다. 함께 라운드를 한 앤서니 김(미국)은 “평소 우리가 보아 오던 우즈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회 기간 내내 언론들은 “마치 주말 골퍼 같은 플레이”라고 혹평했다.

우즈가 선두권에서 멀어져 TV 카메라도 중계 시간을 맞추지 못해 3, 4라운드에서 우즈의 경기 모습을 생방송으로 잡지 못했다.

○ 명예 회복은 언제쯤

올 시즌 1승도 거두지 못한 우즈지만 270주 연속 세계 1위 자리는 지켰다. 경쟁자인 필 미켈슨이 공동 46위로 동반 부진한 덕분이다. 하지만 우즈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페덱스컵 랭킹이 119위까지 떨어져 자칫하면 125위까지 출전권이 주어지는 바클레이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유럽대표팀과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 출전도 위태롭다. 라이더컵 포인트 9위인 우즈는 8위 안에 들지 못하면 코리 페이빈 단장의 추천을 받아야만 출전할 수 있다. 우즈는 “18오버파를 치는 상태라면 미국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남은 대회에서 전환점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우즈는 12일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한편 이번 대회에선 헌터 메이헌(미국)이 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역전 우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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