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 신선우 감독(55)은 누구보다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반겼다. 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시키느라 몸은 연일 녹초였어도 한국 경기는 밤새워 뜬눈으로 지켜보며 응원하느라 목이 다 쉴 정도였다. 축구대표팀 허정무 감독과는 연세대 74학번 동기로 40년 가까이 우정을 나눈 절친한 사이다.
“종목은 달랐어도 대학 입학 전부터 붙어 다녔어요. 잊지 못할 추억도 많아요.”
신 감독과 허 감독은 고교 때부터 대성할 자질을 보였다. 신 감독은 용산고 시절 초고교급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허 감독은 영등포공고 시절 9차례나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스카우트 공세에 시달린 이들은 연세대 진학을 결심한 뒤 다른 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함께 지방을 전전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 뒤 군기를 잡으려는 선배들에게 신촌 숙소에서 심한 얼차려도 자주 받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기합이 빠졌다며 야구 방망이로 맞기도 했죠. 정무와 도망갈까 모의한 적도 있어요.”
영광의 순간도 나눴다. 신 감독과 허 감독이 가세한 연세대 농구부와 축구부는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들은 바둑, 당구, 낚시 같은 잡기에 능한 것도 비슷하다. 신 감독은 “정무가 바둑 5단에 당구는 500이라 내가 상대가 안 되지만 낚시만큼은 내가 낫다”며 웃었다.
화려한 현역 시절을 거쳐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이들의 교류는 계속됐다. “과메기를 처음 먹어 본 게 정무 덕분이에요. 정무가 포항 감독 할 때 내려오라고 해서 맛봤죠.”
신 감독은 야인 시절의 경험이 지도자로서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허 감독의 별명은 진돗개였어요. 때론 독선적이고 자기 고집이 강했거든요. 실패를 겪은 뒤 주변을 돌아보고 화합하는 리더십이 커진 것 같아요.”
프로농구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는 신 감독 역시 LG 사령탑에서 물러나 2년을 쉬는 동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정무가 말술이라 축하 턱 내라고 하기가 겁이 나네요. 기회가 되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얘기 좀 해 달라 부탁하고 싶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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