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감독 “파부침주<破釜沈舟:솥 깨고 배 가라앉힌 후 전쟁터로>각오로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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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9일 07시 00분


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DB
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DB
16강 걸린 3차전 결전 메시지 밝혀
선수들도 완패 후유증 털고 새출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마음으로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하자.”

허정무 감독이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로 태극전사들의 투혼을 일깨웠다.

허 감독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빨리 털어버리자”고만 말했다.

숙소에 돌아가서도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이대로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사상 첫 원정 16강의 성패가 달린 나이지리아전(한국시간 23일 오전 3시30분)이 눈앞에 다가왔다. 허 감독은 18일 오전 훈련을 앞둔 미팅에서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를 준비하자”고 했다.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이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가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뜻하는 말이다. ‘배수의 진’을 치고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허 감독의 발언은 언어의 연금술사이자 심리전의 달인이었던 거스 히딩크 현 터키 감독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히딩크는 러시아대표팀 사령탑 시절 유로2008 D조 조별리그 첫 판에서 스페인에 1-4로 대패했다. 손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유린당하며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경기 뒤 히딩크는 “러시아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스페인에게 줬다”고 선수들을 자극했다. 이어 “우리는 경험을 쌓아야하고 더 빨리 배워야 한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완전히 무너진 것처럼 보였던 러시아는 이후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이후 그리스와 스웨덴을 연이어 격파해 8강에 오른 뒤 히딩크의 조국 네덜란드마저 3-1로 제압하며 찬란한 4강 신화를 달성했다.

대표팀이 처한 상황과 그에 대처하는 방식이 꼭 닮은 꼴이다.

허 감독의 주문에 선수들도 굳은 결의로 화답했다. 전날보다 한결 밝아진 얼굴로 18일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차두리는 “어차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결승이나 다름없다. 1차전 승리로 잡은 이 좋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허 감독은 전날 공식 인터뷰에서 “차두리가 1차전에서 썩 만족스럽지 못해 2차전에 오범석을 출전시켰다”는 발언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선수에 대한 평은 코칭스태프끼리만 공유하겠다. 언론에 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며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루스텐버그(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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