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르헨 현장 스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22시 22분


"대~한민국!"

17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 주변.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B조 2차전이 열린 이곳에는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장외 응원전으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대부분은 아르헨티나 응원단. 아르헨티나 국기를 몸에 두르고 하늘색의 유니폼을 입은 응원단들은 경기장으로 통하는 1km의 길을 가득 메웠다.

하늘색과 흰색의 물결 속에서 드문드문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한국 응원단도 눈에 띄었다. 비록 수에서는 아르헨티나 응원단에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멀리서부터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입장하는 한국 응원단은 주위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남아공 현지 교민인 김진수 씨(25)는 "교민들이 일주일 전부터 응원 준비를 했다. 표를 못 구해 원래 가격의 2배를 내고 암표를 사는 교민도 많았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장에는 2000여명의 한국 응원단이 찾아 7만 여명의 아르헨티나 응원단과 맞섰다.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태극기를 들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들도 경기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영국인 데이비드 마키 씨는 "친구가 한국에 살고 있어서 한국 축구를 응원하러 왔다. 내가 맨체스터 출신이라서 박지성이 꼭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800여명의 세계 각국의 취재진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기자석에 앉지 못한 300여명의 취재진들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미국 ESPN의 기자는 "이날 경기는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중 가장 재미있는 경기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라며 관심을 보였다.

경기장 8만 5000석이 거의 가득 찬 가운데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관중석 두 곳에서 대형 태극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얼음이 얼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 날씨를 반영하듯 관중석에는 두꺼운 점퍼 차림으로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이 많았다. 또 남아공 현지 안전요원들의 파업 여파로 경기장으로 들어가는데 30분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요하네스버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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